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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석 건축담론] 공간의 경계로서 행태의 산물

문(門)이란

문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어 왔으며, 의식적이든 아니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들고 난다. 문이란? 문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의 내외를 나누는 경계이다. 내외부의 시선이나 공간의 흐름을 막거나 열어주는 경계이다. 문은 형태, 크기, 개방성, 투명도, 열리는 방법 등에 따라 다양한 목적과 기능을 갖으며, 공간에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 우리에게 주는 장치중의 하나일 것이다.

 

문은 여는 방법에 따라 여닫이문, 미닫이문, 회전문 등이 있다. 문이 안으로 열리든 밖으로 열리든 어떠한 이유를 갖게 되는데 피난방향으로 열리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은행에서 나오려고 할 때 습관적으로 문을 밀었다가 다시 당겨서 열고 나오는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은행의 출입구는 피난보다는 다른 기능인 도둑의 흐름을 잠시라도 지체하게 하여 만약의 사태로부터 방어하고자 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어 은행으로서 신뢰성을 확보하고자하는 목적으로 안여닫이로 설치가 된 것이다. 문은 이렇듯 내부공간의 목적에 맞는 기능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도록 건축관련 규정은 만들어져 있다.

 

우리의 생활공간인 아파트를 보면, 현관문은 밖여닫이로 되어있다. 이유는 집단 주거시설인 아파트의 출입문은 재해가 발생시 피난의 방향으로 열리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각방의 문들은 안으로 열리게 설계되는데, 만약 모든 방문이 밖으로 열리면 가족중심의 거실 공간이 통로의 기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집이 세밀하게 디자인 되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화장실이라고 한다. 그 이유중 한가지는 화장실 문은 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기위해 안여닫이로 하는데 자세히보면, 문틀을 경계로 바닥이 낮아 있는 것을 보게된다. 이것은 화장실 내부의 실내화가 문이 열려질 때 밀려나지 않는 높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다니는 로비의 출입문을 보면 회전문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록 회전문은 여닫이문보다 사용하기는 불편하지만 많은 사람이 출입하다보니 외기가 함께 들어와서 냉난방의 부하를 감당하기 어려워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의도로 개발된 문이다. 회전문이 없이 디자인 할때는 방풍실을 만들어 외기의 도입을 억제한다.

 

문은 이러한 물리적인 기능외에 다른 기능들도 있는데 일주문이라는 문은 실제로 문이 달려있지는 않지만 이곳을 지나는 순간부터는 경내에 들어가는 것으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성과 속의 경계로서 기능을 하기도 한다. 제주도의 대문은 정낭이라고 하는데 대문 양 옆에 구멍 세개가 뚫린 돌이 있고, 그 구멍에 나무를 가로로 끼우게 되어있다. 나무가 한 개도 걸쳐 있지 않을 경우는 집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한 개 걸쳐져 있는 것은 가까운 곳에 잠시 나가 있다는 것이고, 두 개 걸쳐져 있는 것은 이웃 마을 등에 갔다는 것이고, 세 개 모두 걸쳐져 있는 것은 멀리 출타중이라는 뜻입니다.

 

문의 여닫는 방식은 사소한 것 같지만, 공간을 목적에 맞는 최선의 방식으로 사용하려면 참 많이 고민해야하는 설계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건축사사무소예림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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