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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그래도 공직자는 명예로 산다 - 임정엽

임정엽(완주군수)

공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코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네가지 있다고 했다. 자기 주관대로 생각하지 말고, 미리 장담하지 말 것이며, 인간관계에서 나 자신만이 옳다고 고집부리지 말고, 이기적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녀들의 수다’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여성 중 어느 정도 미모를 겸비한 사람들이 출연하는 토크쇼이어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얼마전 이 프로그램에서 일본 대학생이 한국 모대학 강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백하여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속담에 개 한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모든 개가 따라 짖는다고 했다. 결국 이러한 결과를 예상치 못하고 가볍게 흘린 얘기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강사 본인은 사직서를 내야했고 해당 학교에서까지 유감 표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러한 사태 발단이 이 나라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서 비롯되어 전체 캠퍼스 구석구석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었으며, 낮은 처우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진리 탐구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무고한 강사들에게 많은 상처와 불명예를 안겨주었다는데 있다.

 

지난번에도 역시 공무원노조총연맹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지자체 6급 공무원이 사무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행정직은 5000만원을 그리고 승진기회가 적은 기술직은 1억 5000만원을 단체장에게 상납해야 하는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평소 명예와 긍지를 생명처럼 간직하며 사는 대다수 공직자를 당황케 했다.

 

필자는 이번 공무원 뇌물승진 관련 보도를 접하면서 우선 착잡한 심정을 숨길 수 없다. 지난날 일부에서 밝혀진 사례와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의하여, 과거에 그랬으니까 현재도 그럴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공직사회 전체가 부패집단으로 매도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와 함께, 묵묵히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대다수 공직자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모욕과 불명예가 어디 있을까

 

주지하다시피 자치단체는 민선4기 출범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증진시키고 공직 내부의 자정 노력을 통하여, 잔존하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 타파를 위해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해왔다.

 

참여정부 5년 동안 국가공무원 9만 5000명이 증원되는 상황에서도 완주군을 비롯한 대다수 지자체는,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을 국민과 같이 한다는 자세로 정원 감축 운영과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고 자치단체의 힘으로 국가경제를 이끌어간다는 사명을 견지하여 왔다.

 

공자가 조카 ‘공멸’에게 “공직 생활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공멸은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3가지가 있다”고 하면서 평소 일이 너무 많아 밀린 공부를 하지 못하고, 보수가 너무 적어 부모 봉양이 어려우며, 시간이 없어 친구를 잃었다고 대답했다.

 

공자가 다음에는 ‘자천’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자천은 “잃은 것은 없고 3가지를 얻었다”고 하면서 책에서 배웠던 것을 현장 경험을 통해 실천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고, 어려움 속에서도 봉급을 절약하여 부모와 친지를 봉양할 수 있으니 즐거우며, 공무시간을 쪼개어 친구와 우정을 나눌 수 있으니 더없이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현재의 공직사회는 아직도 공멸의 경우보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자천과 같은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임정엽(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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