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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겨울 칼바람 속에서도 땔감 나르기 도맡았지

이만상(전 원광대 농대학장)

지금은 쭈그렁 바가지가 되었거나 혹은 고인이 된 친구들의 어릴 적 얼굴이 떠올라 웃음지을 때가 종종 있다. 그때가 언제였던가.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자니 6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겨울을 나려면 땔감이 필요했다. 어린 동생들을 대신해서 땔감 나르기를 도맡았던 내가 추운 칼바람에 맞서 매일 산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또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산에 오가며 친구들과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솔 공이 치기 덕분이다. 솔 공이를 둥그렇게 공처럼 만들어 작대기로 몰아 상대편 골대에 넣는 놀이다. 막대기를 들고 뛰는 것이나, 상대편 골대를 돌로 표시하는 것이 영낙없이 필드하키다.

 

참으로 이상한 일은 솔 공이 치기를 하고 나면 땔감의 무게가 턱없이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힘들었을 텐데 키만큼이나 높은 땔감이 솜뭉치처럼 가볍다니….

 

놀이에 열중하다보면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땔감을 기다리던 모친에게 핀잔을 듣기가 일쑤였다. 다른 일은 모두 순종하고 집안 일을 게을리하지 않던 내가 어찌된 일인지 솔공치기 만큼은 양보가 없었다.

 

그 때 솔 공이를 같이 몰던 그 친구들… 고단한 살림 살이에서도 자식들 다 대학까지 가르치느라 아둥바둥하던 그들 대부분을 더 이상 이 세상에서는 볼 수가 없다. 그 자손들 조차 뿔뿔이 흩어져 객지로 떠나고 말았으니 친구들의 흔적은 이제 어디에서 찾아야할는지….

 

친구야 보고싶다.

 

/이만상(전 원광대 농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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