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용(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 아니 수구꼴통! 등으로 불리어진 김용갑의 화끈한 정계은퇴선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이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이제 난 자유인”이라며 만세를 부르면서 멋진 퇴장을 했다. 이념논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보수주의자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중 하나가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다. 한데 김용갑 하면 다른 ‘보수 꼴통’과 뭔가 다른 향기가 있다는 말이 적지 않다. 음모, 정략, 부패의 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이 그것이다. 노 정객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현인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보수의 순수성이 배어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의원은 그가 바라던 보수로의 정권이 교체되자 ‘화끈하게’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현역 의원 중 첫 불출마 선언이었다. “원조보수로서 할 일을 다했으니 퇴장한다”는 게 은퇴의 변이었다. 배지 떼면 인생 망가지는 줄 아는 게 국회의원의 속성임을 감안하면 신선하게 다가온다.
정계은퇴 선언을 한 통합신당의 김한길 의원이나 이계안 의원들과 다른 격이 느껴진다. 18
대 총선이 2달 여 남짓 남았다. 도민들이 잘 알다시피 전북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같은 당 사람이다. 그리고 전북 출신의 정치인이 대통령후보까지 나왔으며 결과는 참패다. 김용갑처럼 멋진 퇴장은 그만두고 최소한의 책임을 질 주 아는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 도민들은 김용갑에게 손가락질을 가장 많이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김용갑의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전북의 모든 정치인들에게 정계를 떠나라는 것은 아니다. 꼭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물론 젊고 참신한 정치인들은 계속 나라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전북의 현역 정치인들은 김용갑의 멋진 정계은퇴에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적어도 반절 이상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 않은가?
김용갑의 자유선언은 아마 어른됨의 표상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칭찬을 해본다. 정치를 떠나 있어도 사사로이 나라의 정치에 개입하는 한국의 정치풍토를 보면 충분히 칭찬 할 이유가 된다. 3김 씨는 이를 더 가속화 시켰으며 최근 이회창씨의 대통령선거 출마에 의해 정치인의 정계은퇴선은 할 말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김용갑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사실 김용갑은 다음 국회의원은 무난하게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과감하게 정계은퇴선언을 하였고 뇌졸중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인의 건강을 돌보면서 자유인으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용갑이 보수든 꼴통 원조보수든 중요치 않다. 이제 김용갑은 어른의 자격을 갖춘 듯하다. 우리 동네에서도 어른이 있었으면 한다. 전북의 큰일을 함께 의논하고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어른 말이다. 옛날에는 큰 국난이 있거나 한 마을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동네 어른을 찾아가 지혜를 얻곤 했다. 어른은 어떤 특정한 정파나 이해관계에 억매이지 않고 조용히 중용을 지켰던 분들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어른다운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른들은 없어지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쫒는 사람들뿐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사람, 누구나 믿고 의지할 어른이 있다면 새해에 새배하러 다닐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조동용(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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