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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문고 운영, 김제 '홍 반장' 시각장애인 오윤택씨

1급 시각장애인이 국내 최대 규모의 마을문고를 운영하는 등 25년간 고향을 위해 봉사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전북 김제시 성덕면에서 농촌마을 문고인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오윤택(47)씨.

 

25년 동안 장서만 1만5천권이 넘는 마을문고로 키워온 오씨는 앞에 있는 물체의 명암과 윤곽만 어렴풋하게 구별할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어릴 때 각막포도염에 걸려 시력을 잃기 시작한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의 노동현장을 전전하다 허리를 다쳐 그 길로 귀향해 마을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1984년 5월 마을 뒷산에 천막을 치고 청소년 공부방 겸 문고를 시작한 오씨는 온갖 노력 끝에 장서 규모와 이용률 면에서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마을문고로 키워냈다.

 

그는 마을에서 '홍 반장', '싸움꾼 형'이라 불린다.

 

별명처럼 오씨는 늘 마을주민들 편에 서서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 싸웠다.

 

경지정리 감시단을 조직해 부실공사를 막아 내고 저울을 조작하는 중간 상인들의 횡포에 맞서고 농협의 도장 비리도 밝혀냈다.

 

오씨는 또 농한기에 극성을 부리던 도박을 마을에서 몰아냈고 마을에 들어오려던 대형 양계장을 주민들과 함께 막아냈다.

 

뿐만 아니라 오씨는 이동 도서관을 만들고 정보화 교육, 장학회 설립, 마을축제 개최 등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애썼다.

 

최근 자유기고가 김경환 씨는 오씨의 이런 노력을 담아 '때로는 눈먼 이가 보는 이를 위로한다'란 제목의 책을 쓰기도 했다.

 

오씨가 최근 가장 몰두하는 일은 도시와 농촌의 교류.

 

오씨의 기획으로 2003년부터 추진 중인 농촌체험 행사는 현재 김제시 전체가 나서서 참여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농림부 주관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선정돼 2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되기도 했다.

 

오씨는 "한 사람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지역운동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가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평생의 꿈"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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