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문학평론가·전주공고 교사)
올해도 신문사들은 신춘문예를 통해 많은 신인들을 문단에 배출했다.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문학도들에겐 신춘문예만큼 매력적인 데뷔도 없을 것이다.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다가 제법 두둑한 상금까지.
재정면에서 몇몇을 빼곤 중앙지들도 예외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지방신문의 신춘문예는 참으로 돋보이는 행사라 아니 할 수 없다.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참신하고 역량있는 신인발굴, 오직 그 하나만을 생각하는 ‘문학정신’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중앙지보다 지방신문 신춘문예 당선작품은 꼭 읽어 보곤 한다. 참고로 내가 보는 신문은 모두 14개다. 스포츠지 1개를 포함한 중앙지 9개, 지방지 5개 등이다. 물론 게중엔 한겨레나 전라일보처럼 신춘문예공모를 실시하지 않는 신문들도 있다.
지방신문의 경우 신춘문예공모 장르는 시ㆍ소설ㆍ수필부문이다. 이번엔 동화를 추가한 신문도 있지만, 중앙지처럼 평론이나 희곡 내지 시나리오 부문은 아예 없다. 그것이 수 년 동안 해온 관행이든 신문사 나름대로 구수회의 끝에 내린 결정이든 딱히 상관할 바는 아닐 터이다.
심사위원의 경우 중앙지들처럼 각 부문 2명 위촉도 있지만, 올해는 전북일보만 빼고 각 부문 1명씩 참여했다. 중앙지같이 예심을 맡는 심사위원 발표는 아예 없는 것이 지방신문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러나 심사위원 위촉에는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든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3군데 지방신문(전북일보ㆍ전북도민일보ㆍ전북중앙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을 살펴보니 모두 37명이다. 그중 한번 이상 참여한 심사위원은 2회 5, 3회 6, 4회 3, 5회 3, 6회 1명 등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들 심사위원중 평론가는 6명 정도이다. 물론 꼭 평론가만이 신춘문예 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력(文歷)이 일천하거나 겨우 작품집 1~2권만 펴낸 경우, 그리고 낮은 인지도 등 함량미달의 심사위원들도 있어 보인다.
특히 시인이 수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우도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내가 조사한 지난 5년은 물론이고 생전 처음 보는 그 같은 심사위원 위촉은 ‘도내에는 그렇게도 수필부문 심사위원 감이 없나’하는 의구심도 불러 일으킨다.
혹 신문사와 친분이 두터워 이루어진 위촉인지도 모르지만,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잠깐 망각한 처사라 여겨진다. 독자가 많든 적든 신문은 대중일반에게 널리 공개되는 공기(公器)이기 때문이다.
또 마치 ‘전속 심사위원’ 같은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어느 신문은 2003년부터 내리 5년 동안 특정부문 심사위원이 동일인이다. 이럴 경우 심사위원의 기호나 취향에 따라 당선작이 정해지는 고착의 폐해가 생길 수 있다. 그것이 단독 심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응모자들의 ‘잔머리 굴리기’이다. 그 심사위원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글쓰기’가 그것이다. 특정 심사위원의 눈에 들려고 써내는 맞춤형 글쓰기가 신춘문예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살려낼 수 없음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대부분 신문사들이 2명의 심사위원을 위촉하는 건 그 때문이다. 동일인을 최소한 격년으로 위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신문사들은 좋은 일을 하면서 그 의미가 반감되는 행태를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아울러 신문사 신춘문예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님을 확고히 인식하길 기대한다.
/장세진(문학평론가·전주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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