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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직사회와 법의 조화 - 추원호

추원호(건축사·도시계획가)

최근 언론에서는 대불공단 전봇대가 5년 동안 시정되지 않고 버티고 있다가 대통령 당선인의 말 한마디로 단 하루만에 변경된 일을 가지고 관료사회의 “비효율”에 대해 강하게 질타한 적이 있었다.

 

어떤 사업 시행을 위해 협의와 추진 과정에서 사사건건 “현실적으로 힘들고 어렵다”는 공무원들의 자세와 관료사회의 경직성에 대해 “전봇대 뽑기”식의 쇄신 작업이 차기 정부에서 강도 높게 진행될 것 같다.

 

이는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장과 기업체를 경영하면서 공무원 사회의 폐쇄성과 불신이 크게 작용하여 이번 기회에 관료사회의 분위기를 바로 잡고, 규제 완화와 고객 중심 행정으로 국가 경영체제를 이끌려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특히 집권당과 밀접한 지역이 아닌, 힘이 약한 지방 자치단체일수록 법적용을 철저히 들이대기 때문에 공무원 사회가 융통성이 없다고 말을 한다.

 

왜냐하면, 법적용을 잘못 해석하였다가 본인에게 불이익이 따르게 되고 징계를 당할 사유가 오기 때문에, 그리고 하소연 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 법적용을 철저히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임을 잘 안다.

 

어떤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는 기업체나 개인들은 경직된 자세로 좀처럼 문을 열지 않으려는 담당 공무원의 자세로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만들게 되고, 국가에 대한 원망과 자괴감으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관료사회에서의 법은 어찌 보면 고무줄과도 같다. 어떤 경우는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상태에서는 될듯한 것도 되지 않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애매모호한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들이대는가에 달려 있다. 담당공무원의 태도를 탓하기 보다는 어떤 인허가 사항에서 검토되는 많은 법조항들을 체계적으로 통일시키지 않고, 또 현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의 법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관련법끼리 상호 모순이 생기고 충돌이 생기곤 한다.

 

지난해의 일이다. 어느 지역에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었는데 2007년도의 건축법으로는 그 아이템이 허용이 되나 그의 상위법인 농지법이나 도시계획법, 기타 관련법으로는 허용되지 않아 큰 혼란을 겪은 바 있었다. 그것은 용도지역에서 2007년의 건축법으로 설립 가능한 용도에 해당되나 1995년 이후 한번도 변경이나 수정이 되지 않은 농지법으로 적용해 보니 설립 불가능한 지역으로 구분되어 결국 중앙부처에 유권해석을 내려 겨우 문제를 푼 적이 있었다. 현시대와 상황에 맞게 법 개정을 하여 민원인의 입장에서 풀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19세기 법으로 21세기의 다양화된 상황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격한 의견 차이가 있게 되고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건축법은 하루가 다르게 변경되고 수정되고 있는데 구태의연한 농지법과 기타 관련법으로는 수용 불가한 것으로 해석하니 법끼리의 상호 절충이 되지 않고 결국 담당 공무원의 무사 안일한 자세와 태도만 탓하게 된다. 비단 이것뿐만 아니라, 전답에 하나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많은 관련법들을 검토하여 협의 후 처리하지만 법 개정을 늦게 하거나 수정되지 않은 상위법들은 그의 하위법과 서로 조화가 되지 않아 협의부서끼리 의견 충돌이 되고 민원인의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공직사회의 “전봇대 뽑기”가 만사는 아니지만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관련법끼리의 상호 모순으로 인해 힘이 없는 민원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겨 주게 되고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앞서가는 현행 건축법을 따라 오지 못하는 개정되지 않은 구시대의 법으로 민원 처리할 것이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개정되고 변화하는 건축법을 면밀히 검토하여 협의 부서끼리 서로 조화되고 상호 보완하는 통일된 법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구시대의 규제 권한을 누리는데만 급급하고 현실안주에만 집착하는 모습에서 강한 불신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공공기관의 인허가와 밀접한 관련법부터 손질하여 빠르게 변화하고 가장 민감한 건축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낡고 오래된 상위법들을 먼저 개정해야 할 것이다.

 

/추원호(건축사·도시계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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