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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한 교수의 미국교육 현장일기] 비 온다고 등교시간 2시간 늦춰 - 이경한

이경한(전주교대·美 메릴랜드대 연구교수)

나의 하루 일과는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일로 시작한다. 이른 아침에 아이들이 등교하는 것이 안스러워서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다주고 있다. 이곳의 등교 방법은 보통 걸어서가거나 스쿨버스를 타거나 부모가 태워다주는 방법이 있다. 스쿨버스는 학교를 중심으로 1마일 반경은 운행하지 않고 있으며, 고등학생의 경우는 자가 운전을 할 수 있기에 자기 차를 이용하여 등교를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오늘은 평소보다 5분정도 늦게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조금 늦은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평소에 집 앞에서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학교로 가는 도로의 등굣길도 한산하였다. 좀 늦었나 싶어서 큰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서둘러 작은 아이의 학교로 향하였다. 하지만 학교의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고, 학교 주변은 너무도 조용하였다. 공휴일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워낙 평소의 등교 분위기와 달라서 작은 아이에게 학교 행정실에 가서 물어보고 오라고 했다. 잠시 후 아이는 ‘오늘은 2시간 늦게 등교하는 날’이라는 의외의 답을 전했다. 하는 수 없이 머리 속에서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다시 등굣길을 거슬러서 두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니, “오늘은 심한 비로 인하여 관내 모든 공립학교는 2시간 늦게 등교합니다. 오늘 관내 유치원은 오전수업이 없습니다.”라고 공지사항 란에 적혀 있었다. 눈이 오면 학교가 쉴 수 있음을 교육청 직원에게 들었지만, 비가 와서 학교수업이 두 시간 늦게 시작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태풍처럼 심한 비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곳 사람들은 아침에 일기상태가 불순하면 오전 5시 30분에 교육청에서 발령하는 학교 등교 여부를 각종 매체를 통하여 판단하고 있었다. 이것을 늘 살펴보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연 20불을 지불하고서 학교등교 여부를 연락해주는 문자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부모의 불편함을 덜어주면서 그 틈새를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나에게는 이런 등교 상황이 교육에 관한 문화충격이었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등교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그 대답은 간단하였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함이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에 빠지지 않고 등교하는 것이 미덕인줄로 알던 나의 학교문화와는 많이 달랐다. 교육장은 학생들의 안전이나 건강을 위하여 등교 여부를 수시로 판단해 줌으로써 학생들이, 특히 도보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인도가 좁은 길로 무리한 등교를 하다가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육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숨은 이유는 소송이 난무하는 미국사회에서 안전사고로 인한 소송문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렇듯 날씨여부에 따른 학생들의 등교 상황이 결정되는 경우, 학부모들은 출근이나 업무에 많은 지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둔 맞벌이 부부는 긴급하게 어린 아이들을 위탁시키거나 출근 후에 다시 등교시키는 등의 번거로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자녀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더 우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편함과 불이익은 사회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경한(전주교대·美 메릴랜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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