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 "물가는 오르는데 일감없어"
'경쟁률 10:1'. 공천심사나 대기업의 좁은 취업문을 일컫는 게 아니다. 갈수록 높아지고 좁아진 인력시장 '구업난'(求業難)이다. 경기의 바로미터이자 치열한 생활전선인 인력시장은 최근에도 여전히 한겨울이다. '춘래불사춘'인 셈이다. 인력시장에 나선 일용직 구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겨울만큼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갈수록 경기가 어려워져 일을 나가는 날이 '가뭄에 콩 나듯'이라는 인력시장 사람들을 통해 지역경제의 한숨소리를 들어봤다.
△ 뛰어야 산다
11일 전주시 다가동의 여성인력시장. 오전 5시부터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둠을 헤치고 나온 일용직 구직자들은 도로 한켠에 승합차가 도착하기가 무섭게 차량 주위로 몰려 들었다. 먼저 차를 타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만큼 10여명의 아줌마들 사이에 치열한 '탑승전쟁'이 벌어지곤 한다. 주로 공사현상에서 보조기술자로 일하는 여성인력이 받는 일당은 하루 5만원. 이 곳 인력시장에 나선지 3년이 됐다는 신모씨(55·여)는 "일감이 적어 일당이 4만원으로 내려 가는 일도 종종 있다"면서 "일감이 없을 때는 3만원을 요구하는 곳에도 가곤 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이곳에선 나이가 많은 것이 죄"라며 "일부 나이 많은 구직자들은 건강하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서 추운 날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 아이들 학원비 충당도 버거워
인력시장을 찾는 30∼40대는 주로 사교육비를 비롯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직업소개소를 찾는다. 박모씨(45·여)는 "노동일을 하는 남편의 수입으로는 먹고 살기도 힘들다"며 "아이에게 한 군데라도 학원을 보내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박씨는 또 "물가는 고공행진하는데 일감이 없어 올겨울은 힘들었다"면서 "일감이 적어 일주일에 한번 일을 나가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 투잡족도 인력시장 기웃
주말아르바이트에 나선 직장인도 인력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력시장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배모씨(40)는 "어엿한 직장을 다니는 주부들도 주말 아르바이트를 위해 이곳에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20%는 투잡족"이라고 말했다.
△ 내일 꿈꾸는 젊은이들도 가세
인력시장에 나서는 연령층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이모씨(27)는 공식적인 취업문을 뚫기 보다는 '밑바닥부터 시작하자'는 청운의 뜻을 품고 식당주방일에 나서고 있다. 인력시장의 직업소개소를 자주 찾는다는 이씨는 "나중에 전주에서 가장 맛있고 장사가 잘되는 음식점을 차릴 것"이라며"일부러 전주에서 맛으로 소문난 식당에서 일하며 요리법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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