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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공동체 유지 최고 덕목은 - 지광

지광(숭림사 주지·익산 사암연합회장)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하신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두 비구스님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 한 비구스님이 거듭 사과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비구스님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점차 주변이 소란해졌다.

 

다른 비구스님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고하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 비구들이여, 죄를 범하고 인정치 않는 잘못과 마찬가지로 잘못을 알아 용서를 비는데도 불구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잘못도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죄를 인정하고 잘못을 빌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면 두 사람은 함께 현명한 사람이라 불려진다."

 

부처님을 스승으로 따르고 진리를 참구하는 교단인 승단을 말할 때 '화합하는 무리'라고 하여 화합중(和合衆)이라고 부른다. 부처님께서는 승단이 유지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으로 제자들에게 화합을 항상 역설하셨다.

 

화합은 자신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음으로 시작된다. 나를 세우고 고집을 부리게 되면 화합은 유지될 수가 없다. 물론 화합이 무원칙적인 타협과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 유지의 최고의 덕목이며 대중이 같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알아야 한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하여 어떤 집단의 의견만을 최고의 선이라고 고집하고 주장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에서는 더욱 더 화합의 덕목을 강조하는 것은 조금도 지나친 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 대중이 따로 따로 흩어지는 것을 보거든 능히 화합하게 하며, 다른 사람의 착한 일을 나타내 주고 남의 허물은 숨겨 주며, 남이 부끄러워 할 것을 선포하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듣거든 발설하지 말며, 적은 은혜를 자기에게 준 자가 있거든 크게 갚을 것을 생각하고, 자기를 원망하는 자에겐 항상 선심을 내어 원망하지 말며 원망하는 사람과 친한 이가 똑같이 괴로워하거든 먼저 원망하는 자를 구원하며, 꾸짖는 자나 와서 때리는 사람을 보거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며, 모든 중생을 보되 부모와 같이 하라. "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이 시대에 우리 모두가 실천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다툼도 결코 없을 것이다.

 

물론 화합은 남을 위하는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신의 사회적 의무에 대한 바른 신념을 가지고 서로를 친애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러려니와 지역과 혈연, 학연 등 모든 분야에서 국민적 화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가진 자를 미워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며 없는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도록 해서도 안 될 것이며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고 느낀다면 열심히 베품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며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더 열심히, 더 검소하게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미덕이 아니겠는가?

 

역사 이래 뿌리 깊은 반목과 갈등을 이제는 접어야 한다.

 

공천하는 사람도 정정당당하여야 할 것이며 안타깝게도 최선을 다했지만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도 겸허하게 자신을 뒤돌아 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모든 잘못의 책임은 바로 자신에게 있으니 남에게 전가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국민적 합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일도 화합을 깨트리는 일임을 상기하여야 한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큼 살면서도 못살겠다고 엄살부리고 경제타령이나 하고 있는 우리들의 초라한 모습은 사치를 미덕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가치관은 아닐지 생각해볼 일이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밀어줄 것은 확실하게 밀어주면서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도덕적 측면이 강조되는 사회가 되었으며 한다.

 

경제가 최우선이 되고 돈의 가치만을 강조하다보면 제3, 제4의 이호성과 같은 사람이 안 나온다는 것을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가!

 

소욕지족(少慾知足)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천당이며 불국토임을 깨달아서 서로의 허물은 감싸주고 잘한 일은 찬탄하면서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다함께 동참하기를 바랄 뿐이다.

 

/지광(숭림사 주지·익산 사암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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