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주(전북은행장)
바야흐로 총선정국으로 접어들었다. 염려스러운 것은 우리지역 경제의 심각한 현상이 정치 분위기에 묻혀 버리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전북지역의 어음부도율은 0.95%로 전국평균 0.11%보다 무려 8배가 높다. 지방평균 0.43%보다도 2배 이상 높다. 이는 우리 지역경기가 가장 나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난해 부도금액도 1745억원에 달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1069억원, 도소매 숙박업 342억원, 서비스업 153억원, 제조업 148억원 등으로 도내 주력업종에서 부도금액이 증가하고 있다. 금년 들어서도 1월의 어음부도율은 0.77%, 부도금액은 153억원에 이르고 있어 당분간 이런 부도 사태는 지속될 것을 예고해 주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방치될 경우 지역 업체들의 연쇄부도 사태 등으로 번질 수 있어 심각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는데 있다. 더욱이 금년 들어서도 미국경제의 악화와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적자 그리고 연일 치솟는 원유가격과 각종 원자재 가격의 급등,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물가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어 한계기업들의 도산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동산경기의 급랭으로 다 지은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아 부도위기에 처한 건설업체들도 많다. 쌓여만 가는 미분양 주택으로 전북의 주택건설경기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는 건설업체와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파상적인 연쇄부도를 방지하기 위해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공공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은행(FRB)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국채와 교환해 주는 특별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을 선보여 모기지 담보대출에 따른 숨통을 터주었다. 우리 지역에서도 미분양으로 인한 연쇄부도사태를 막을 수 있도록 특별한 조치가 만들어 지기를 바란다. 만약 지역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대통령께서 방문한다고 하니 차제에 심각한 지역경제 현안을 건의해 전북만이라도 우선 실행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 외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제조원가가 올라 타산을 못맞추는 중소기업이나 체감경기의 침체로 장사가 되지 않는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각별한 지원대책들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부도업체의 사고를 직접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전북은행은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지난해부터 이런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임금을 동결하고 지역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 및 가계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을 출시해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
이제 지역민들도 지역경제가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 지역 스스로 자력갱생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지 않으면 안된다. 가능하다면 지역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은행에 힘을 보태주기를 바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전북경제는 여타지역과 비교해 볼 때도 그 격차가 매우 크다. 지역총생산(GRDP)이나 금융시장 규모를 비교해 보면 실감할 수 있다. 간단하게 지방은행들의 영업규모만 보더라도 영남권 지방은행은 전북은행보다 4배가량 크다. 이런 절대적인 규모의 열세는 지역경제의 취약성에서 비롯되고 있으므로 각급 자치단체를 비롯해 상공인과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성원이 절실하다.
이런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정치 분위기에 묻혀버리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해 지역경제의 심각한 문제를 호전시킬 수 있는 능력 있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본래 정치란 것은 지역의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이 번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때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치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홍성주(전북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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