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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대물림되는 상처 - 나궁열

나궁열(전주송천성당 주임신부)

성경에 문외한인 사람도 솔로몬의 유명한 재판 이야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두 여자가 솔로몬 임금 앞에 나와 한 아기를 데리고 와서 서로 자기의 아기라고 주장하니, 누가 이 아기의 진짜 어머니인지를 판결해 달라는 청이었다. 솔로몬 임금은 살아있는 이 아기를 칼로 두 동강으로 나누어 공평하게 반쪽씩 두 여인에게 주라고 판결을 한다. 그러자 진짜 어머니는 "그 아기를 죽이지 말고 저 여자에게 주십시오." 하고, 가짜 어머니는 "나누시오." 한다. 솔로몬 임금은 "산 아기를 죽이지 말고 처음 여자에게 내주어라. 저 여자가 그 아기의 어머니다." 진짜 어머니는 모성애가 솟구쳐 올라 그 아기를 죽이지 말라는 간청했다고 성경의 저자는 주석을 단다. 이 모성애란 무엇인가?

 

모성애란 어머니가 아기를 자신의 몸속에서 10달간 간직하면서 생명을 양육하고 보호하다가 자궁 밖으로 쏟아내는 행위와 그 기억이 아닐까. 솔로몬 임금의 재판 이야기에 나오는 진짜 어머니는 아기의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볼 수가 없어서 자식을 소유하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조물주 하느님의 '사랑'과 '자궁'이라는 단어를 같은 글자로 쓴다. 그래서 모성애는 조물주 하느님 사랑의 전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모성애는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성장한 후에 전혀 다른 모습의 인간이 된다. 몇 년 전 21명의 아녀자를 살해한 유영철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학대를 무척 받고 자랐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를 미워했기 때문에 여자에 대한 증오심이 불타 만나는 여자들마나 죽여 버렸다고 한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경우도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친척의 손에 구박받고 자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란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은 누구도 사랑할 리 없어.'라는 고정관념이 생겨, 배우자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어도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배우자가 언젠가는 자기를 버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녀에게 사랑을 베풀지 못하는 어머니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는 자기도 모르게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어느 대에선가 위로부터 내려오는 상처를 단절시킬 필요가 있다. 누가 이런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가? 그런 현상을 깨닫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이 사람은 부모와 화해할 수 있고 자녀와도 화해할 수 있다. 돌아가신 부모에게도 마음속으로 하소연하면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으며, 자녀에게도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두 다 구조적으로 내려오는 악의 희생물일 뿐, 누구를 탓할 수가 없다. 이런 화해가 이루어진다면 다음 대에서는 조물주 하느님의 사랑의 전달인 모성애가 꽃필 수 있을 것이다.

 

/나궁열(전주송천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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