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불문 국적도 불문…각양각색 슈퍼걸 11명 '똘똘'
"비와서 야구 못할까봐 걱정했어요. 경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
22일 오전 10시 전주 진북초등학교 운동장.
밭 메러 가는 모자를 쓰질 않나, 고장난 파란 우산을 들고 서 있질 않나. 궁도장에서나 쓸 과녁판을 들고 있는 이들은 과연 누굴까.
지난해 12월 창단한 전북 트리플 크라운 루돌프(JTCR) 야구단. 프로팀도, 실업팀도 아닌, 지원금과 전용구장도 없는 '그저 야구가 좋아서 모인 여성들 모임'이다.
이날 참석자는 8명. 11명이 전원이니, 오늘 출석률은 70%에 육박한다.
이들은 "7월 시합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시꺼먼스'가 될 각오로 선크림만 대강 바른 채 운동장에 섰다.
은행원부터 사진작가, 사무직, 의류업에 이르기까지 직업은 각양 각색.
20∼30대 미혼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아이를 둔 주부도 있고, 외국인도 2명이나 된다.
▲ 야구공이 묶은 인연
JTCR 야구단을 창단하기까지 야구단 대표 조미혜씨(30)를 포함한 5명은 광주 '스윙' 팀에서 활동했다.
조씨는 "야구가 좋아서 시작한 거니까 멀어도 상관없다고 여겼는데, 전주에도 팀을 만들고 싶어 의기투합했다"며 "일상의 어느 순간보다 매주 동료들과 야구를 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학교에서 졸업사진 찍으러 갔다 야구에 홀딱 반해 그때부터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주장 김여름씨(26). 김씨는 "자신이 야구를 이렇게 좋아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늦게 배운 도둑 날새는 줄 모른다더니, 야구에 빠져서 급기야 대학교 야구부까지 입단해 1년간 활동했다나. 시간만 있으면 운동장에 남아 야구만 하는 '죽순이'가 된 덕분에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실력은 경력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학교 야구부를 뛰었던 김씨가 주장의 역할을 도맡는다.
광주에서 활동했던 선수들은 대개 기본기가 충실하게 다져져 있는 편. 때문에 7월 경기를 앞두고 신입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지도하느라 여념이 없다.
외야수가 볼을 잡으면, 빨리 내야로 던져줘야 한다고 고함을 치기도 하고, 글러브만 갖다 댄다고 공이 잡히는 것은 아니라고 소리 지르기도 한다.
야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 그래도 눈물나게 행복하다
하지만 야구는 아직까지 '금녀의 스포츠'. 때문에 연습구장을 구하기도 힘들고, 여성용 야구장비도 없어 초등학생용 장비를 쓰고 있다.
'왜 하필 여자 취미가 야구냐' 하는 시선도 물론 있지만, 비웃건 말건 이들은 즐겁게 경기에 임한다.
"경기결과를 예상할 수가 없어요. 그게 진짜 재밌어요. 그 넓은 구장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도 매번 다르고, 또 누가 받을지 모르잖아요."
"공이 내 앞에 쭈∼욱 날아올 때 죽도록 뛰어가서 글로브로 탁 받았을 때의 그 느낌. 아세요? 엄청 행복해요."
이들의 올 목표는 한국야구연맹 전국여자야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첫 대회이니만큼 대회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명실상부한 도내 여성야구팀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어서다.
조씨는 "회원모집은 1년 365일 언제, 어느때라도 열려 있다"며 "야구가 있어 살맛 난다는 슈퍼걸들이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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