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 사는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이 도심 아파트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그것도 12층 보일러실 환기구에 들어가 알을 낳은 것이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 원앙들은 36m 아래 아스팔트 길로 뛰어 내렸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동차와 자전거,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지난 5월 초부터 최근까지 한달여 동안 이 전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본보 6월 30일자 밀착취재 영상은 감동적이다. 한편의 생명 다큐멘터리를 보는듯 생생하다.
원앙은 계곡의 개울가, 숲속의 물 고인 곳 등 산림지역의 습지에서 생활하는 오리과에 속하는 새다. 오리류중 유일하게 활엽수 나무구멍을 이용해 번식한다. 백과사전에는 전세계적으로 2만-3만여 마리밖에 서식하지 않은 희귀 새로 나와 있다. 또 '원앙금침'에서 알 수 있듯 동양에서는 금슬 좋은 부부의 상징이다.
이 원앙이 우리 곁에서 발견된 건 최근의 일이다. 전주천 한벽보 아래서 5월초 한쌍이 반갑게 얼굴을 내밀었다. 천연기념물인 수달에 이어 원앙의 출현은 도심 하천의 기적이라 할만하다. 냄새나는 하천의 생태계가 되살아난 것이다. 이들이 먹이를 찾고 몸을 은폐할 물과 숲이 복원되었다는 증거다.
도심인 평화동 아파트에 원앙이 어디에서 찾아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인근 숲과 전주천이나 삼천천이 그만큼 건강을 회복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의미는 각별하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며 자연과 더불어 숨을 쉬는 존재다. 그런데 도시를 둘러싼 건 온통 콘크리트 뿐이다. 길이며 도로며 아파트며 어느 것 하나 예외가 없다. 그 속에서 숨쉬며 일하며 사는 게 도시인의 일상이다. 그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고 시멘트로 굳은 인간의 근육과 머리에 원시성과 상상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새가 지저귀고 나비가 날고 물소리가 들려야 한다. 그래야 생명의 에너지가 넘쳐날 것이 아닌가. 그곳에 수달과 원앙이 서식하면 금상첨화다. 이들이 몸을 숨기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인간 역시 황폐해질 것이다.
그러나 뿔뿔이 흩어진 새끼 원앙들은 끝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차에 치이고 고양이에 잡아 먹히고 말았다고 한다. 반가운 생태계 복원과 함께 도시의 비극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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