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희(서남대 교수)
물은 가장 풍부한 자연물 가운데 하나로 화합물의 기본요소이기도 하다. 모든 동식물 조직의 세포와 많은 광물 결정의 성분이며 생물계에서는 동식물의 영양섭취를 비롯해 모든 생명현상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물과 인체에서도 그렇지만 지역사회에서도 물은 생명뿐만 아니라 산업의 부양체이며 가장 중요한 필수 자원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우리 지역의 물은 다른 지방에 비하여 풍요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모자라지도 않은 정도일 것이다. 그야말로 적당한 정도의 물이 있어 큰 물난리 없이 지내왔을 뿐더러 우리나라의 곡창지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근래에 우리 지역의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가진 전주가 국내에서 가장 무더운 여름기온을 나타내는가 하면, 마을의 도랑은 냄새가 나거나 메마르기 일쑤이다. 사실 이 현상들은 근본적으로 토양속의 물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도심 기온은 바람길과 녹지공간 부족도 원인이 되겠고 수질오염은 배출물질의 관리가 문제이겠지만 근본적으로 물이 적당히 풍부하다면 피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말하자면 도심에 충분한 물이 저류되고 주변 토양속에 지하수가 충만되어 있다면 도심이 더위로 허덕이지도 않을 것이고, 개울과 호수에 물이 마르거나 좋지 않게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잠시 우리 지역의 변화된 여건을 돌아보자. 대표적 숙원사업인 새만금 간척사업에 따라 우리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물의 길목을 막고 곧 담수호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전라북도는 농도의 특성을 살려 우리 지역의 전략적 주력 산업으로 식품산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상당한 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정체될 담수호의 물을 잘 보전하려면 연중 기초 수량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고, 식품산업에는 필수적으로 많은 물과 식품폐수의 정화가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물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물은 별로 없다. 더구나 우리 지역에서 물을 찾고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어 걱정스럽다. 오히려 이런 저런 문제로 논농사 종사인구는 계속 감소하여 논에는 물이 계속 말라가고 있고 빗물은 내리자마자 바다로 급속히 빠져나가 버린다. 다음에 나타날 상황은 자명하다. 바로 바닥이 드러난 개천이나 더러워진 물이 다시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물론 전라북도와 유관기관에서는 이를 대비하여 하천 유역의 수질관리와 환경기초시설 확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하천과 호수에 물이 말라붙을 상황에서는 제대로 그 효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우리는 작금에 나타난 몇몇 현상에서 자연의 경고를 인식해야 한다. 이제 우리 지역에서의 물의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변화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장래 수자원의 확보, 저류기능 재편, 녹색댐 저변확대, 지하수 함양 등 도시환경과 자연생태적 측면 그리고 이수와 치수를 기초로 한 물에 대한 수급상황을 재진단하고 새롭게 우리 지역의 물 균형을 잡아야 할 때이다. 인위적으로 타 수계의 물을 우리 지역으로 끌어오기는 현실적 장벽이 너무 많다. 대신 내리는 빗물과 하천에 흐르는 물을 무작정 흘려보내지 말고, 이제는 잘 모아 보관하면서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숙의할 때이다.
※ 곽동희교수는 환경공학(공학박사)을 전공했으며, 현재 한국빗물학회 편집위원장, 한국물학회이사, 금강·영산강·섬진강 수계관리위원,전북도 재정계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생태학, 고도상수처리공학 등의 저서가 있다.
/곽동희(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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