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랑 상놈 보러 안 갈래, 딸?"
전화로 들려오는 엄마의 한마디에 대답을 잃었다. 엄마 상놈이라니요. 갑자기 어떤 놈을 보러 가자고 하시는 건가요.
엄마가 보고 싶으셨던 그놈(?)은 아니 정확히 그놈들은 '나쁜놈, 착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이란 제목의 김지운 감독의 영화 '놈놈놈'. 너무 긴 영화 제목 탓에 '놈놈놈'으로 줄여 부른데 이어 이것도 길었는지 '삼놈'이 됐고 얼핏 잘못 들으면 욕이 돼 버린 것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함께 모아 놓기도 힘든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을 한꺼번에 주연으로 내 세운데다 낯선 한국판 서부 영화를 표방했기 때문. 일단 예고편을 봤다면 아무리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놈놈놈'은 개봉 4일 만에 200만 명 넘게 관객을 모으며 기록을 갈아 치우고 여전히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영화를 본 관객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영화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보통 여론과 대세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유독 '놈놈놈'만은 '재미없다' 와 '재미있다' 로 평이 완전히 갈리고 만 것.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관객이라면 잠깐 주목. '놈놈놈'을 봐야할 이유와 보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아본다.
△ '놈놈놈'은...
'달콤한 인생'과 '장화, 홍련'을 만든 김지운 감독의 영화로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이 주연이다. 1930년대 다양한 인종이 뒤엉켜 무법천지를 이룬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조선의 풍운아, 세 명의 남자의 운명 같은 이야기. 현상금 사냥꾼 이자 영화의 착한 놈인 박도원(정우성)과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마적단 두목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한,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가 본의 아니게 정체불명의 지도 한 장을 뺏고 뺏기면서 일본군과 마적단 까지 가담하게 되고 싸움은 더 혼란에 치닫는데.
서부극이면서 액션과 모험 코미디 영화까지 자처하는 '놈놈놈'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총 139분 상영.
△ '놈놈놈'의 비밀 아닌 비밀
서부극 팬이라면 눈치 챘을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양에 돌아오다'로 개봉한 세르지오 레로레 감독의 영화 원제와 '놈놈놈'이 비슷하다는 것을. 원제목은 '선한자, 악한자, 추악한자 (The good, The bed, The ugly)'이고 '놈놈놈'의 영어 제목은 'The good, The bed, The weird'이니 마지막 '한 놈'만 바뀌었다. 실제로 '놈놈놈'의 김지운 감독은 레오레 감독의 영화를 모티브로 했다고 밝힌바가 있다. '석양에 돌아오다'를 보고 '놈놈놈'을 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영화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 영화 내내 익숙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서부극 노래들이 흘러나오는데 유독 낯익은 노래가 있다. 산타 에스메랄다의 '돈 렛 미 비 미스언더스튜드(Don't let me be misunderstood)'. '놈놈놈'의 추격전에 쓰인 이 노래는 영화 '킬빌'에서는 우마 서먼과 루시 리우가 눈밭에서 싸우는 장면에 사용 됐다. 우리 영화 '투가이즈'에서도 마지막 장면에 사용된 노래. 같은 곡이지만 '놈놈놈'에서는 영화 분위기에 맞게 편곡이 돼 더 흥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귀도 즐거울 것.
△ 추천 VS 비추천
웨스턴 즉 서부 영화 팬이라면 일단 추천하지 않는다. 스토리상 서부 영화를 많이 벗어났기 때문. 퓨전 액션물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정통 서부극과는 많이 다르다. 서부극 영화를 예상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실망하기 딱 좋다.
그래도 배우가 마음에 든다면 볼 만한 영화다. 정우성은 먼지 많은 만주 벌판에서도 깨끗한 양복을 고수하며 멋진 화보를 찍었으니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눈이 호사한다. 말을 타며 총을 쏘는 것은 기본이고 장총을 한 손으로 360도 돌려가며 재 장전하는 장면에서는 절로 탄성이 튀어나올 정도. 이병헌의 섬뜩한 표정과 송강호의 멋진 연기까지 한 가지 라도 끌리는 캐릭터가 있다면 추천.
멋진 세트도 한 몫 한다. 화려한 색감과 복잡한 듯 보이는 배경은 영화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극을 이끌어 가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아무것도 없는 만주 벌판과 대조 되며 주인공들의 심리를 표현 할 뿐 아니라 재미를 더 해 주는 부분.
하지만 극한 반전이나 특별한 이야기 전개를 찾는 다면 이 영화는 아니다. 감독 스스로가 볼거리를 강조하기 위해 스토리 라인을 줄였다고 말 하 바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뭘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 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 생긴 것.
결국 시청각적인 쾌감을 즐기고자 한다면 정말 괜찮은 영화지만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관객이라면 뭔가 부족한 영화로 평할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단 보고 싶은 영화로 결정 됐다면 빨리 예매하길 바란다. 어떤 이유에서든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영화임은 틀림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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