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의미 심어줄 프로그램을"
"광복절요? 쉬는 날이잖아요."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날이요. 태극기만 달아요."
"생각해 본 적 없는데요."
광복절(光復節)의 역사적 의미가 잊혀지고 있다. 건국 60주년과 함께 진행되는 제63주년 광복절은
다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다. 하지만 여름 방학과 맞물리면서 휴가로 누릴 수 있는 공휴일의 의미가 훨씬 커진 데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코리아'를 외치는 함성들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전주교대부속초등학교 김용훈 교감은 "갈수록 광복절이 아이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면이 있다"며 방학 전 '계기 교육'을 통해 '태극기 달기 운동'을 하지만, 국기만 단다고 해서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광복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광복절을 맞아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놀이와 접목시켜 재밌게 역사공부하기에 골몰하고 있다.
박민영씨(37·전주 효자동)는 광복절과 함께 토·일 공휴일이 연달아 있어 아이들을 서울에서 열리는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기획특별전'에 보내려고 마음 먹었다. 광복절은 그저 쉬는 날로만 생각했을 뿐, 별다른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
"아이가 광복절이니 독립기념관을 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더라구요. 속으로 '뜨끔' 했죠. 별로 관심 없을 거라 여겼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해보니까 아이들도 문제의식은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독립기념관 가자고 했죠."
홍미선씨(40·전주 호성동)는 아이들과 함께 광복절을 맞아 영화 '로스트 메모리즈'를 보기로 했다. 영화를 통해 광복절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말랑말랑하게 설명하고,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겨서다.
"사실 완전한 역사 영화는 없어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지 못했다면' 이라는 가정을 통해 독립 투사로 활약상을 담은 영화라 의미가 있겠다 싶었거든요. 광복절 특선 영화는 재미 위주가 되서 의미가 없을 것 같구요."
특히 도내에서 광복절 관련 행사는 제법 열리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갈만한 재미있는 이벤트가 없어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어른들의 무관심도 더해져서 태극기를 달지 않는 가정도 많고, 그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광복절의 '진짜' 의미를 찾으려면 의미없는 행사만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피부에 와 닿는 프로그램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은자(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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