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돌아도 차 댈 곳 못찾고 차 빼라 이웃 간 잡음 다반사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 4월말 1600만대를 넘어섰다. 3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가진 셈. 자동차는 이제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동차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사회책에도 나오듯 우리나라 도시의 주차난은 매우 심각하다. 그나마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확보 되어 있지만 주택가는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소방도로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가 들어 설 공간만 있으면 골목마다 빽빽하게 주차를 하다 보니 이웃 간에 언쟁을 높이는 것은 다반사다.
자기 집 앞에 '주차금지'를 시키기 위한 방법도 다양하다. 어떤 이는 자기 집 담벼락 옆에 다른 사람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경고성 화분을 몇 개 내어 놓았다가 "어떤 인간이 화분까지 통째로 실어가 버렸다"고 분개하며, 이번에는 아예 화분 밑을 시멘트로 발라 고정시켜 놓아버렸다. 또 어떤 이는 폐타이어 두 개를 내어 놓고, 물이 가득 찬 물통에 의자까지 가져다 놓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사회라고 하지만, 어떤 이는 인신공격성 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써서 붙여놓았다. 전주 인후동 인봉초등학교 옆 도로에 주차공간을 찾다가 '주차금지, 못 읽을 시 사람이 아님' 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그곳에 주차하면 정말로 인간이 아닐 것 같아 다른 곳에 주차를 했다. 남은 없고 나뿐인 세상, 공공도로를 자기 땅 인양 아무 거리낌 없이 빼앗는 사람을 떠올리며 씁쓸한 마음 피할 길 없었다. 혹시 한글을 아는 외국인들이라도 이 글을 읽게 될까봐 염려스러웠다.
그나마 소방도로라도 나 있는 주택들은 그러한 꼼수라도 부리지만, 좁은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주차할 곳이 아예 없다. 주차를 하기 위해 동네를 두어 바퀴 돌다가 집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기도 한다.
주택가 좁은 골목에 사는 김씨(노송동)는 "집에 친척이나 손님이라도 오는 날에는 주차공간이 없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님이 남의 집 담벼락에 주차해 놓고 들어온 지 10분도 안되어서 핸드폰이 울렸는데 한마디로 '빨리 차 빼라'는 식이었다고.
반대로 주택가 도로 옆에 사는 백씨는 "우리는 차가 없는데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차를 담벼락에 바짝 대고 시끄럽게 시동을 걸어대는 바람에 미칠 지경"이라며 하소연했다. 주차대란은 비단 주택가뿐만이 아니다. 상가 앞에도 마찬가지다. 정차만 할 수 있는 상가 앞에 버젓이 차를 주차해 놓는 바람에 보행자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의 위험에도 노출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의 주차난 해결방법을 초등학생들에게 물으면 "우선적으로 고층 엘리베이터 주차장이 필요하고, 차량 10부제를 실시하여 자동차 함께 타기 운동을 벌이고, 차를 판매할 때 주차장을 갖춘 사람만 살 수 있게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한다"며 배운 대로 '야무진' 대안을 내놓는다. 매일 주차전쟁에 시달리는 이 나라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박예분(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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