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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은이공소' 순례

책이 맛있게 읽히는 독서의 계절입니다.

 

한 장 두 장 넘어가는 책 장 사이에서 뭔가를 배우기도 하고, 또 다른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합니다.

 

순례기를 읽다가 저도 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도를 지나다가 우연히 듣게 된 성소자들을 위한 성지순례는 제 마음의 소리에 응답이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성소담당 수녀님도 저의 동행을 기쁘게 허락해 주셨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끼여 성지에 대한 안내를 듣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도착한 성지는 김대건 신부님께서 신앙을 키우셨고, 사제로 사목하셨던 경기도 양지에 있는 '은이 공소' 였습니다.

 

자그마한 성당 안에 40여명의 순례객이 모였고, 성지 안내를 영상으로 본 후 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강론 중에 신부님께서는 성소자들을 위한 격려의 말씀과 그 자리에 함께한 분들을 위해 서로 기도해 주기를 당부하셨습니다.

 

준비해간 김밥과 즐거운 이야기들로 점심을 나누고 김대건 신부님께서 유년시절에 다니셨다는 그 길을 따라 은이공소에서 '골배마실'로 향하는 우리의 도보순례는 시작되었습니다.

 

침묵하며 도보순례를 한다는 성소담당 수녀님의 안내에 따라 한 손에는 물병, 다른 손에는 묵주를 들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나무와 풀 사이로 난 좁다란 길을 걸으며 일곱 살 꼬마 때부터 열여섯 살에 중국으로 가기까지, 사제가 되어 사목활동을 하시며 이곳을 수 없이 걸으셨을 김대건 신부님을 생각하며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김대건신부님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했고, 신부님의 신앙이 우리에게까지 이어진 현실에 가슴이 뜨거워지며 우리의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해주시길 전구하는 간절한 기도가 드려졌습니다.

 

골배마실이 있었다는 빈터에 세워진 김대건 신부님 동상 앞에서는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순례 여정에 대한 소감들을 나누었습니다. 각자 안에서 함께 해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순교성월에는 순교성인들과의 만남이 더 깊어지고 길 위에 기도가 새겨지는 순례를 떠나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바오로딸 안젤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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