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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복잡 NO!' 주부들의 가전제품 이용 고민

갈수록 기능이 많아지고 사용 방법이 복잡해지는 가전제품들은 기계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은 일부 주부들과 노인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준다. 사진들은 기사속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desk@jjan.kr)

"전자 제품을 하나 사서 사용하는 것은 너무 큰 공부예요. 누가 그 두꺼운 설명서 읽고 싶겠어요? 기능이 어찌나 많은지, 제품 한쪽에 자주 쓰는 기능만 요약해서 스티커처럼 붙여 놓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같은 기계치나 기계를 잘 다루기 힘든 노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얼마 전 세탁기가 낡아서 새 세탁기를 구입한 박씨(45·전주 인후동). 그는 드럼이고 뭐고 예전 방식의 통돌이 세탁기를 구입했다. 새 것이 좋다고 하지만 복잡한 기능을 다시 배우는 게 귀찮아서다.

 

지난해 이사를 한 전모씨(38·전주 효자동)는 이사선물로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받았으나 작동법 익히는 게 싫어서 한쪽에 처박아 두었다. 전씨에게는 비록 음식물 처리기 뿐만이 아니다. 식기세척기, 오븐기, 전자렌지 할 것 없이 없는 게 없다. 받은 선물도 있고, 직접 산것도 있지만 전씨는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쓴다고 해서 저한테도 편리한 것은 아니예요. 저는 작동법 익히는게 더 힘들고 불편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전자파도 나오잖아요."

 

요즘 핸드폰을 새로 구입하는 것은 거의 재난 수준의 고통이라고 말하는 이모씨(35·전주 평화동)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는 핸드폰을 새로 구입했다가 몇 차례 정신없이 버튼만 누르던 기억에 핸드폰 만지는 게 무섭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자칫 잘못 버튼을 누르면 인터넷이 연결되고, 황급히 끌려고 버튼을 눌렀다가는 음악이 다운로드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 그렇게 정신없이 버튼을 누르다가 원하지 않은 번호에 전화가 연결되고 상대방에게 발신표시가 찍혀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었다.

 

"어디 전화통화하고 문자만 사용하는 기능만 있는 핸드폰 없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멀티플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왜 기업들은 그런 제품들만 만들어낼까요? 간단한 기능으로 심플하게 만드는 게 저희같은 아날로그 세대엔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씨는 전자제품을 살 때 항상 가장 간단한 기능의 제품을 사거나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라도 서비스가 가장 잘 되는 제품으로 산다. 비싼 가격을 주고 사도 복잡하면 쓰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모든 제품들이 젊은 디지털세대에 맞춰서 생산되다 보니까 소외감 속에서 살게 되는 것 같다"며 "돈을 벌어들이는 주역은 소비자인데, 왜 제품 소비에서 자신이 소외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허정화(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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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화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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