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현(전북대 교수·평통자문위원)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으로 이뤄진 한·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보자. 주요 사항 중에 가스 분야 협력 사업은 규모만도 1000억 달러를 넘는 초대형 경협 프로젝트라고 한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이 사업은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이 있어야 가능하게 되어 있다. 향후 가스배관 설치에 한국과 북한, 러시아 3국이 참여할 수 있는 경제협력의 틀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업 방안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전제로 한다.
철도의 경우 북한 지역의 통과가 필수적이며, 에너지와 연해주 농업 개발의 경우에도 북한의 참여나 노동력 제공 등이 뒷받침될 때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일이다. 동시에 남북관계를 병행 발전시켜야만 그러한 강대국 관계도 더욱 진전될 것임을 이번 정상회담이 보여주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나왔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남북 정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이나 10.4선언에 대한 이행 의지의 문제였다. 정상 차원에서 합의되었던 사항이 이행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추후 전개될 대화나 합의의 신뢰성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이 점에서 최근 대통령의 두 선언에 대한 인정과 이행 의지 표명은 대화나 지속적인 교류 확대를 위해 중요한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 전주에서 개최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북지역회의에서 홍종길 부의장이 대독한 개회사를 통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그간의 모든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지 않던가.
이를 위해 남북 당국의 전면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절대시하는 6.15, 10.4 선언의 이행을 우리 정부가 거부하는 입장이 아님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두 선언의 현실적인 이행 방안 협의를 위해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설 것을 촉구한 셈이다.
남북관계를 보는 시각이 국내 정치세력이나 남북 상호간에도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를 부정하거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입장에서는 진전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과거 정부들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의 합의 정신을 존중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과의 대화나 교류가 궁극적으로 남북한에 평화 기조를 형성하고 북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바람직한 성과 중의 하나가 아닐 것인가.
이러한 남북대화나 교류가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특히 남과 북이 평화 기조를 성숙시켜가자면 정책 추진이 일관성이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10.4선언 1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의 남북관계가 보다 생산적으로 전개되길 기대한다.
/신기현(전북대 교수·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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