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속 부성애 소재 TV 드라마 잇달아 등장
'아빠~ 힘내세요~' 몇 년 전 한 CF를 통해 유행한 노래의 가사처럼 최근 이 땅의 고개 숙인 '아빠'들을 위로하는 드라마들이 연이어 전파를 타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등 한동안 안방극장에서는어머니의 존재가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아버지'가 조명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경제 위기와 함께 가장들의 어려움이 두드러지면서 아버지를 다룬 드라마들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응진 KBS 드라마기획팀장은 "가족이 함께 보는 중요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들이 추구하는 첫 번째 덕목이 가족의 가치"라며 "지금까지 엄마가 뿔났다면 이제 아빠가 뿔날 차례도 되지 않았나. 우리 사회 전반을 보더라도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이 드라마에 나타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 대표주자는 '엄마가 뿔났다' 후속으로 방송 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으로 혼자 두 아이를 기르며 살아가는 전직 가수(김성수)를 통해 진한 부성애를 그리는 작품이다.
제작진은 "그동안 엄마, 아줌마들을 위로하는 스토리의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 시대 고개 숙인 아빠들을 대변하는 드라마는 적었다"라면서 "그래서 처음으로 아버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KBS 1TV '너는 내 운명' 후속으로 내년 1월 방송될 일일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도 아버지에 초점을 맞춘 가족드라마다.
개인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집안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할아버지부터 50대,30대, 그리고 어린 아이까지 크게 4대에 걸친 부자관계 속에서 그들의 갈등과 사랑을 담을 예정이다. 문보현 PD는 "세상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예전의 단단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남고 있다"며 "그동안의 가족이야기에서 아버지는 뒷전이었지만 이제 아버지도 본격적으로 다뤄질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족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아버지가 호통만 치는 존재가 아니다"라면서 "극중 여러 부자관계를 통해 이 시대의 아버지상, 부성애를 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PD는 올해 초 오지호 주연의 KBS 2TV 월화드라마 '싱글파파는 열애중'에서도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진한 부성애를 그린 바 있다.
또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수목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도 초반 유리왕(정진영)과 해명(이종원), 무휼(송일국) 등 아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식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은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이 그려졌다.
앞서 SBS 드라마 '일지매'에서는 쇠돌(이문식)이 자신의 핏줄이 아닌 두 아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며 희생하는 모습이 감동을 전했다. 내년 초에는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가 KBS 설 특집극으로 제작돼 감동을 이어간다.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한국전쟁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현대사를 배경으로 가족을 내팽개치고 자유를 찾아 세상을 방랑하는 이기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 대한 딸의 애증을 담은 작품. 가족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던 전형적인 아버지상에서 벗어난 경숙 아버지와 평범하지 않은 기이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제작진은 "날로 부모들의 권위가 추락해 '아버지 없는 시대'라고까지 말하는 오늘날, 저마다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고 부모세대와의 화해를 모색해보는 드라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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