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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하였간디 - 유영대

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국립창극단의 국가브랜드 작품 '청'이 지난주에 멋지게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우리의 영원한 고전 '심청전'을 새롭게 만든 창극이다. '청'은 2006년 전주소리축제의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새로운 기원의 막을 열었다. 그 공연에서 전주시민들이 보여준 갈채 때문이었을까?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해 11월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으며, 12월에는 인천문화회관에서 공연하였다.

 

'청'은 이듬해 5월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3회의 기록을 세워 공연하였다. 실제로 서울의 오페라 마니아층은 8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래서 예술의 전당에서도 오페라 무대는 4일간만 열린다. 창극의 마니아 숫자는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좀 무모하다싶게 13회 공연을 치렀으며, 이 공연도 1만 5천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끝났다. 그리고 6월에는 일산 아람누리 오페라 하우스에 개관기념작으로 초청받아 공연하였다. '청'은 9월 하순 중국의 남통과 상해의 무대에서 막을 올려 중국의 관객과 만났다. 중국의 관객들도 이 작품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세계화의 가능성을 새삼 다지게 되었다. 그 여세로 10월에는 성남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였다.

 

올들어 3월에 '청'은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찾아서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발의 참가작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공연하여 큰 성황을 이루었다. 그동안 '청'은 40회 가량 공연하면서 연인원 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단일 창극공연으로는 가장 많은 횟수와 관객 수였다. 뮤지컬 명성왕후가 백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청'도 그에 못지않은 관객층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청'에 관한 반응으로 관객들은 우리 전통가운데서 이렇게 멋진 작품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낀다는 점을 들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꼽으라는 설문에 대하여 관객들은 심청이 집을 떠나 인당수로 향하는 장면과, 인당수에서 물어 떨어지는 장면을 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감동의 원천이 되는 장면은 심청이 정든 아비를 뒤에 두고 선인들을 따라 인당수로 떠나는 이별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행선날 아침, 심청은 마을 사람들을 향하여 호소한다. "이내 팔자 무상하여, 앞 못 보는 부친 두고 수중고혼(水中孤魂) 되려 가니, 가긍한 우리 부친 돌보아 주시오면 결초보은 하오리다." 마을 사람들과 심청의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심청을 향하여 눈물짓는다. 정든 아비와 마을사람들을 뒤로 하고 울며 떠나가는 길, 심청은 문득 눈을 들어 나무를 보니, 한 가지에서 꾀꼬리 한 마리가 떠나버린 벗을 그리며 외롭게 울고 있다. 심청은 그를 보고 자신의 심정을 담아서 노래한다.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하였간디 환우성(喚友聲) 지어울고, 뜻밖에 두견이는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不如歸)라, 가지 위에 앉아 울건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언제 다시 돌아오리."

 

돌아올 기약 없는 길로 심청은 떠나고, 짙은 여운이 음악으로 깔리고, 심봉사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청이를 부르며 절규한다. 노래도 빼어나지만 그 이별을 마딱뜨리는 장면이 잘 형상화되어 있고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있기 때문에, 이 장면에 이르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우리 고전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서 동시대의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청'이 하나의 소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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