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좋은 영화 상영회' 열고 있는 서석희 신부
"종교계는 그간 영화를 경계나 회피의 관점으로 바라봤습니다. 영화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을 발견하고, 복음을 전파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은 것이죠. 딱딱하고 재미없는 게 종교라구요 ? 종교도 우리와 함께 숨쉬는 문화라는 걸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좋은 영화 상영회'를 이끌고 있는 천주교 전주교구 홍보국장인 서석희 신부(45·사진)다. "신부가 되지 않았다면, 영화 평론가가 됐을 지도 모르겠다"는 그는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매주 수요일 천주교 전주교구 강당에서 영화 상영회를 열고 있다. 단순히 영화를 좋아해서, 신앙과 관련된 영화여서가 아니었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진보해 나가는 세상을 통해 화해와 공존의 신앙을 바라보고 싶어서다. 본당 성당에서 영화가 상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델을 만들어볼 요량으로 시작했다가 여기까지 왔다.
"영화의 오락적인 면을 윤리적인 잣대로 판단하면 그 영화의 가치를 간과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저는 '타이타닉'이 종교 영화라고 생각해요. 엄격한 규율·예절이 요구되는 운명의 여인에게 누군가 자유를 선물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스도교가 대중들에게 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 내적 자유 아닌가요."
영화는 당시 사회 분위기와 개인 관심사가 덧대여져 선택된다. '촛불시위''용산참사'로 공권력에 관한 일반 시민들의 분노를 지켜보면서 그는 이번 달엔 집단 심리 관련 영화를 골랐다. 한 개인이 집단에 소속돼 책임이 주어지면,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권위에 순응하는가 하는 문제를 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부의 길도 집안 분위기로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이어졌듯 영화와의 인연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시절 할아버지가 영화관을 운영해 영화관에서 살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신문에 영화 포스터가 실리면 스크랩하고, 영화 노트에 줄거리를 따로 적어둘 정도로 유별났다. 다만 함께 즐길 사람이 없어, 늘 혼자 보러 다닌 덕분으로 영화 상영회를 통해 이제는 신자들과 나누라는 신의 뜻을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철학은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는 있지만 정서가 없는 딱딱한 장르고, 신학은 술에 취해 갈지자를 걷더라도 형용사와 부사가 있는, 감성이 있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신학과 맞닿아 있어요. 저는 영화에 많은 부연 설명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넌지시 건넬 뿐이죠. 다만 신자들이 그 안에서 그리스도 참 신앙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번 달 영화 상영은'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8일 오후 2시)''눈 먼 자들의 도시(25일 오후 2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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