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디앤젤로 콜린스(전 서울SK)와 테런스 섀넌(서울SK), 캘빈 워너(안양 KT&G)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26일 불구속 기소돼 해당 구단과 KBL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1-2002 시즌이 끝나고 에릭 마틴, 재키 존스가 해시시 흡입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된 적은 있지만 시즌 중 '대마초 파문'은 한국 프로농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마틴과 존스는 소변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함께 흡입한 한국인의 진술을 근거로 각각 1만5천 원, 4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KBL은 마틴과 존스에게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수 없도록 조치해 이들은 더는 한국 프로농구에서 뛰지 못했다.
KBL은 27일 오후 3시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 6층에서 재정위원회를 열어 검찰이 기소한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SK는 이미 콜린스를 무릎 부상 등의 이유로 퇴출하고 대체 용병을 뽑았다.
하지만 대마초 양성 반응이 나온 섀넌마저 결국 기소되자 한숨짓고 있다.
섀넌까지 빠지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꿈을 버리지 못한 SK로서는 타격이 엄청나다.
섀넌은 자비로 변호사까지 선임해서라도 무죄를 입증해 보이겠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구단으로서는 더욱 난감한 처지다.
일단 SK는 섀넌에게 28일 대구 오리온스와 원정경기 출전은 준비시키고 있다.
이재호 SK 홍보지원팀장은 "선수 자신이 계속 강경하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소가 유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기소 자체로 계약을 강제 해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소 내용을 좀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일단 출전은 계속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T&G는 역시 혐의를 부인하는 워너가 모발 검사에서 판독 불능 판정까지 나와 더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김호겸 KT&G 사무국장은 "확실하게 양성 반응이라도 나왔다면 대책을 세웠을 것이다. 판독 불가 판정을 받았으면 무혐의 처리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사실 확인 전까지는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KBL은 이번 악재가 프로농구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일단 재정위원회를 소집해 해당 선수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인양 사무국장은 먼저 "불미스런 일이 생겨 유감스럽다"면서 "검찰이 법리적 판단을 내린 만큼 재정위에서 사안을 다룰 것이다. 현행 KBL 규정상 불법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견책에서 제명까지 징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사무국장은 "미국프로농구(NBA)의 경우 마약, 약물, 마리화나류 등 그 종류에 따라 구체적인 징계 규정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선진 리그나 다른 종목의 사례를 검토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 불편부당함 없이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물론 약물과 관련한 혐의는 아니지만 NBA에서는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한때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시즌 중 법정을 드나드는 곤욕을 치르면서 경기를 뛴 경우가 있다.
브라이언트는 당시 피해 여성이 소송을 취하해 옥살이는 모면했다.
하지만 '검찰에 기소를 당한 선수가 코트 위에 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정서적인 면까지 맞물려 있어 KBL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