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요즘 일제고사를 놓고, 논란이 심하다. 그리고, 일제고사를 치르면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우려한 교육공무원들이 불법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는 사건이 다발하고 있다. 일제고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성적조작사건에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전북의 농촌지역 학생들의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자연을 보며 교육을 생각해본다. 자연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가 건강하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다. 자연에는 산도 있고, 들도 있고, 하천도 있고, 바다와 갯벌도 있다. 이러한 각각의 생태계에는 각각의 생물이 살고 있다. 식물만 보더라도 산과 들과 하천과 갯벌에 사는 식물이 다르다. 산에는 비교적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자라고 들에는 농작물과 함께 갖가지 초본류가 자란다. 하천이나 습지에는 버드나무와 갈대 등 물을 좋아하는 나무와 풀들이 자란다. 갯벌에는 칠면초와 퉁퉁마디 등 염생식물이 자란다.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공간과 식물에는 그들을 좋아하는 곤충과 동물들이 어울려 산다. 다양한 환경에 맞게 다양한 생물들이 살면서 자연생태계 전체가 더욱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사회와 교육은 어떠한가?
모두가 영어와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하고, 모두가 의사와 법관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마치 자연으로 보면 소나무가 보기 좋으니, 온 산과 들과 바다에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소나무를 물속에 심거나, 짠 갯벌에 심으면 말라죽는다. 반대로 갯벌에 사는 칠면초와 퉁퉁마디를 산에 옮겨 심어도 역시 죽는다. 우리사회는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을 실시하고 똑같은 것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여 아이와 인간들이 시름시름 앓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이 대통령이 정례라디오 연설에서 일제고사를 옹호하면서도 '이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시험문제만 잘 푸는 학생이 아니라 창의력과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단다. 정확히 맞는 말이기는 한데 이정부가 하는 정책이 그러한가? 하루 종일 학교에 아이들 묶어두고 공부만시키거나, 일제고사처럼 학교와 아이들을 서열화시키면서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으로 몰아넣고 있다. 영어중심의 국제중학교 신설, 일제고사 부활, 0교시수업 부활, 역사교과서 검열...
mb정부들어 경쟁교육을 더욱 부채질하는 일제고사의 부활과, 국제중학교 신설, 영·수중심의 교육정책을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것은 경쟁교육과 서열화, 승자독식 질서의 내면화이다. 99점 맞은 아이는 100점 맞은 아이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부자들의 기득권과 무한경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일제고사에서도 드러났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학력이 우수한 지역은 서울강남이다. 특히, 영어와 수학은 월등하다. 이처럼 강남지역의 학력이 월등한 이유는 사교육비 차이와 비례한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의 부자와 100만원이하의 사교육비 차이가 9배난다고 한다.
현재 mb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정책은 사회정의에도 어긋나지만, 생물종 각각의 개성과 역할을 존중하는 자연의 이치에도 역행한다.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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