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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검찰과 경찰 - 조상진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전주지검 청사는 절 속 같았다. 청사 자체가 깨끗하고 조용한데다 가련산에 위치해 높아 보였다. 업무의 속성과 건물 자체가 주는 압도감이 어우러져 권위를 풍겼다.

 

피의자가 청사에 들어서면 일단 기(氣)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였다. 주로 공무원 등 화이트 칼러 범죄가 수사 대상이어서 조사받는 태도도 고분고분했다. 간혹 이웃 법정에서 시국사범 재판이 있는 날이면 구호 외치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그런 날을 제외하면 출입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가끔 인사차 들르는 기관장이나 사건을 송치하는 경찰, 피의자를 데려오는 교도관 등이 눈에 띨 뿐이었다. 이들은 대개 검찰에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고개를 뻣뻣이 들기 어려운 처지였다. 문앞을 지키는 청원경찰이 일일이 체크를 했고, 설령 그렇게 하지 않아도 기강이 절로 섰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검찰청사 풍경은 달라졌다. 검사실이나 수사관실에 조사 받으러 온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당당해졌다. 때로 큰소리가 나기도 하고, 조직폭력배가 아니라도 검사나 수사관 또는 계장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흔해졌다.

 

최근에는 검찰수사에 불만을 품은 전주 덕진경찰서 김모 경사(43·파면)가 야간에 전주지검 2층 검사실에 방화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방범창을 뜯고 침입해 라이터로 불을 질러 소파와 법전, 사무집기 등이 전소된 것이다. 김 경사는 검사실 생수통에 독극물을 주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같은 사건은 예전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형사소송법 195조(검사의 수사)·196조(사법경찰관리)와 사법경찰관 직무규칙 등에 의하면 경찰은 모든 수사에 있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다. 실질적인 상명하복 관계다.

 

이와 관련, 경찰은 틈만 나면 수사권 독립을 요구했다. 2005년에는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장기적으로 수사권은 경찰이, 기소권은 검찰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를 두고 볼리 없다. 정치권도 아직은 검찰의 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다시 나오고 있다. 경찰도 촛불집회와 용산참사 등으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공권력의 양대 축인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믿음 위에 섰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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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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