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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전북대교수들 '서예 삼매경'

동호회 20여명 매주 화요일 구슬땀…"붓 잡으면 복잡한 고민 잊어…학생 지도력도 효과"

지난 10일 전북대 인문2호관 강의실에서 서예가 김병기 교수가 써내려가는 붓글씨를 전북대교수서예동회회 교수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강민(lgm19740@jjan.kr)

오후 4시 전북대의 한 강의실 안은 그윽한 묵향(墨香)으로 가득했다.

 

능숙한 솜씨로 곧추 세워 잡은 붓을 놀리는 중년 남녀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평소 같으면 강단에 서 있을 교수들, 그러나 이날만은 동년배 교수의 가르침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였다.

 

서예가인 김병기 교수(전북대 중문과)와 서예에 푹 빠진 동료 교수 20여명이 매주 화요일 오후 전북대 인문2호관 503호에서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전북대교수서예동호회는 지난 2006년 9월에 비롯됐다. 당시 '서예 공부 좀 하자'는 동료 교수들의 부탁을 김병기 교수가 흔쾌히 수락, 서예 삼매경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듬해 김 교수가 중국 교환교수로 자리를 비우자 동호회는 사라졌다가 김 교수가 귀국한 지난해 4월부터 20여명의 교수가 다시 붓을 들기 시작했다.

 

2006년 초창기 멤버인 최삼임 교수(의과대학)는 농익은 솜씨를 자랑하며 김 교수의 잦은 칭찬을 듣고 있고 최 교수와 함께 시작한 이혜수 교수(의과대학)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점차 나아지는 글씨에 만족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붓을 잡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서예에 전념할 수 있어 다른 일을 제치고라도 꼭 오게 된다"며 "초등학교 때 들은 '먹을 가는 것은 마음을 가는 것이고 붓을 씻는 것은 마음을 씻는다'는 말의 뜻을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참여해 솜씨를 겨루는 이들도 있다. 김숙배 교수(생활과학대)는 초반 무서운 기세로 남편 박병기 교수(사범대학)를 앞서 갔지만 최근에는 박 교수의 '엉덩이로 하는 노력'에 눌려 차츰 실력차가 커지고 있다.

 

박 교수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2~3시간 서예를 하지만 화선지 한 장 채우는 게 어려울 정도로 글 쓰는 게 힘들다"며 "붓글씨 쓰면서 차분해지고 잡생각을 지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병기 교수는 "현대인들은 몰입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큰 병을 앓고 있다. 교수도 마찬가지여서 몰입과 집중을 못하면 연구도, 가르치기도 제대로 하지 못 한다"며 "서예를 하는 교수들은 지금 취미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실은 엄청난 고생과 노력을 하는 것이다. 교수들이 서예를 통해 몰입과 집중을 하게 되면 스스로도 성장하고 학생들의 들뜬 마음도 다잡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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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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