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엄마가 되면서 세상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기를 바랐지만 아이를 낳고서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기에 더욱 아름다웠으면 하는 생각이 더더욱 간절해졌다. 연약하고 어린 새싹들이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램... 모든 엄마들의 마음일 것이다.
일을 하게 되면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 점심 한 끼 따뜻하게 엄마 손으로 해결 해 줄 수 없음이 늘 마음에 걸렸다. 모든 취업 엄마들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입맛이 없다고 시간이 없다고 아침 식사는 늘 뜨는 둥 마는 둥이다. 하지만 그나마 점심 한 끼 학교 급식은 엄마들에게 희망이 되고 자유가 되며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경건하고 숭고한 시간이다. 하나 엄마들의 희망이자 자유인 학교 급식은 마음 놓고 믿어버리기에는 너무도 사고가 잦다.
학교급식에 쓰이는 식재료에 대한 저질 논란, 잔류 농약의 검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가 아이들 급식에 섞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것이 학교 급식의 현실이다. 조리상의 편의와 조리 시간 단축 등의 이유로 반조리 식품, 가공 식품, 기름진 음식, 튀긴 음식의 비중이 너무 높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가공 식품이 왜 문제일까? 가공 식품의 원재료는 대부분이 수입산 농산물이거나 유전자조작식품일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보존과 유통기한을 늘리고 색깔이나 맛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첨가한다. 이른바 식품 첨가물이 사용되는데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식품첨가물은 총 549종에 달한다고 한다.
식품첨가물은 체내에 들어가면 50-80%는 호흡기나 배설기관을 통해 배출되지만 나머지는 몸속에 축적된다. 또 이러한 식품첨가물은 한 가지 식품에 한 가지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고 기준치가 있다고 해도 여러 식품을 통해서 다량으로 섭취하게 되며, 먹는 대로 조금씩 체내에 쌓이기 때문에 그 유해성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고 한다. 최근 아토피, 알러지성 비염, 천식, 비만 아동의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가공 식품 속에 들어있는 식품첨가물의 섭취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또한, 실제로 가공 식품을 줄이고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로 곡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아토피 증세가 호전되고 편식아동들이 야채를 먹기 시작하였다는 보고도 있다.
최근에는 우리 지역에서도 친환경 쌀로 급식을 하는 학교가 많이 늘어나고 농산물 식재료는 되도록 친환경으로 구입하려고 노력하는 영양사 선생님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간장이나 기름, 양념, 소스 같은 것은 거의 친환경 재료를 쓰지 않거나 시중 제품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 형편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중에서도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간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조미료와 단백가수분해물이 첨가된 이 맛의 골격은 라면이나 과자 같은 여러 가공 식품에도 적용되어 아이들의 입맛을 왜곡하는 주범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라면이나 과자를 사주지 않으려고 해도 간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되돌리기는 어려운 것이다.
모든 식재료를 100% 친환경 재료로 바꿀 수 있다면 아이들의 건강에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건상 친환경 급식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내용을 다 알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가공 식재료들은 점차 줄여가야 한다. 엄마들의 희망이자 자유가 되어야 할 학교 급식이 불안과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교육 당국, 학부모, 영양사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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