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분위기에 어울리는 와인 추천…알수록 겸손해지는 멋 있어
'와인은 현명한 사람을 기만하고, 점잖은 사람을 떠들게 만들고, 심각한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치가 있다.'
와인이 가진 힘에 대해 호메로스(Homeros·고대 그리스 작가)가 남긴 말이다.
소주와 맥주로 대변되던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최근 몇 년 사이 '와인의 대중화'라는 큰 지각 변동을 겪으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웰빙 바람을 타고 건강주로 불리는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그 중 하나.
여성 와인 감별사 이레지나씨(24·전주시 서신동)는 "와인의 대중화로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와인을 정말 좋아하고, 그 맛을 알고 싶어해야 해요. 많이, 자주 마신다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론으로 알고 있던 맛과 실제 느껴지는 맛을 하나씩 알아야 하죠."
당차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이씨는 전주대학교 문화관광학부 외식산업학과 1기 졸업생으로 현재 '소믈리에르(sommeliere·여성와인감별사)'로 활동하고 있다.
"손님이 원하는 맛과 향을 가진 와인을 추천, 서비스하는 직업이죠. 남자에 비해서는 아직 수는 적지만 여자 감별사들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특히, 여성만의 섬세한 감각을 살릴 수 있어 유리한 면도 있고요."
2007년 당시 3학년 수업 과목인 와인학을 들으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인연이 오늘날 그를 소믈리에르로 이끈 셈. 지독하게 공부했다는 그는 사단법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에서 주관하는 국내 유일의 공인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 지역엔 일반인이 교육 받을 수 있는 공인된 아카데미나 교육기관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우승한 사실을 신기해 하면서 묻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진부한 얘기지만 저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수업을 듣고, 개인적으로 보충 공부한 게 전부예요. 특히, 현재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계시는 안성근 교수님의 지도가 큰 도움이 됐죠."
필기,면접,서비스까지 3단계에 걸쳐 평가되는 이 시험에서 그가 가장 자신있던 과정은 바로 눈을 가리고 어떤 와인인지 맞추는 '블라인드 테스팅'.
"블라인드 테스팅은 꾸준히 하지 않으면 금새 미각이 둔해져요. 시험 준비하는 동안 2~3일에 한 번씩 연습해 좋은 성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평소 좋아하는 인물로 '로버트 파커(와인 애드버킷 창간자)'와 '대니 메이어(세팅 더 테이블 작가)'를 꼽았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대가인 로버트 파커처럼 와인만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뉴욕 외식 산업 분야의 신화로 불리는 대니 메이어의 뛰어난 사업 감각도 배우고 싶기 때문이라고.
"소믈리에르로서, 사업가로서도 아직 성공했다고 보기는 이르죠. 이제 막 한 계단 오른 정도니까요."
현재 그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남자친구와 함께 아기자기한 '살롱 드 파리(salon de paris·파리의 유명 전시회 이름)'를 운영 중이다.
"와인을 마시기 위한 공간이 부족해 대부분 어두운 와인바를 이용하고 있죠. 그러다보니 와인에 대해 자연스레 무거운 이미지를 갖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반인들도 편한 분위기에서 와인을 접할 수 있도록 밝은 이미지로 꾸미고, 온도에 민감한 와인을 꼼꼼히 관리하기 위해 셀러도 완벽하게 갖췄어요."
배워도 끝이 없는 와인은 알수록 겸손해야 하고, 절대 자만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그는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부르고뉴 지방의 피노누아(pinot noir)의 여성스러운 향을 좋아하고 생긋한 미소가 아름다운 이레지나씨.
꽃놀이 가는 날 왼쪽 옆구리에는 장미향이 가득한 로제 와인을, 더운 여름 날이면 풀향기 가득한 싱그러운 화이트 화인 소비뇽 블랑 한 잔을 추천했다.
이 맘 때에는 달지 않은 샴페인에 딸기를 하나 떨어뜨려 마시면 입안 가득 봄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기분 좋은 주말을 위해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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