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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백가쟁명] 이주여성 가정폭력 방지대책 필요하다 - 고영진

고영진(진안경찰서 경사)

얼마전, 한국말을 떠듬 떠듬하는 한 중국여성이 진안경찰서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남편의 잦은 폭력으로 결혼생활이 힘드니, 어떻게 해결 좀 해달라"는 간곡한 청에 이끌려 그의 남편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씨알도 먹히질 않았다.

 

폭력을 가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살기 싫으면 이혼을 하고, 친정 국가로 가면 그만 아니냐"며 되레 배짱만 튕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정폭력만 없다면 결혼생활을 유지해보고 싶다"는 이 이주여성의 부탁에 따라 남편과의 중재를 다시 시도해 봤다. 하지만 남편은 "바쁜 농사철에 할 일이 많은데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술을 먹고 몇번 욕설을 하고 폭력을 가했을 뿐"이라며 아주 당당했다.

 

이처럼 언어장애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이주여성들에 대한 남편 폭력은 음주를 동반한다는데 그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 지난해 결혼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1577-1366)를 통해 들어온 전화 상담 건수(3만3550건) 가운데 가정폭력은 전체의 11.62%인 2315건을 차지할 만큼 사회문제화 되었다.

 

여기에 가정폭력과 연관이 있는 가족·부부갈등 상담, 가출, 쉼터 요청 등의 상담유형을 더하면 그 비율은 50%가 넘는 게 현실. 상당수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간증하는 자료라 생각된다.

 

우리는 국제결혼가정을 다문화가족이라 한다. 이는 가족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를 뜻하는 것으로, 신혼부부 열 쌍 중 한 쌍은 국제결혼인 점에서 다문화가족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자치단체에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사업을 통해 결혼만 시켰다고 능사는 아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과 함께 다양한 문화·언어, 그리고 정체성을 아우르는 전문인력 구성 등 가려운 곳을 직접 긁어주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고영진(진안경찰서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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