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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합근혼례 - 장세균

우리나라 결혼식 문화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다. 값비싼 호텔 결혼식이 많아지는 것도 허례허식(??)이다. 거기다 결혼식장이 신랑 신부 양가집의 재력이나 사회적 인지도를 과시하는 공간인 것 같다.

 

호텔 결혼식은 한때는 불법이었다. 1980년에 가정의례 관한 법률에다 호텔 결혼식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다가 1994년에 특 2급 호텔까지는 예식업을 할수있도록 허용하였다.

 

1999년에는 가장의례에 관한 법률을 아예 폐지했고 이 법률을 대신한 건전 가정의례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호텔 예식장 영업에 대한 조항자체가 없게 되자 특1급 호텔들도 예식업에 뛰어든 것이다. 호텔 예식과 더불어 일반 예식장에 너무 많은 하객들이 초청되어 마치 시장바닥을 연상케한다. 1시간에 한 쌍 부부를 찍어 내는 결혼 공장같은 분위기다.

 

그렇다고 외국이라고 해서 전통 결혼식에 문제가 없는것도 아니다. 미국의 결혼식은 너무 기계적이다. 독일의 결혼식은 평복차림으로 동사무소에 가서 서명하고 결혼반지만 교환하다보니 너무 사무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집트에서는 중매장이가 잠자리까지 찾아와 첫날밤의 매너를 가르쳐준다고 하니 이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너무 침해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신랑이 계란을 밟아깬 발을 신부가 닦아주는 것을 결혼서약으로 간주하니까 신부들이 반대했고 이와 반대로 아르헨티나에서는 거꾸로 신랑이 반대했다고 한다. 중국의 모택동 시절에는 신랑 신부가 인민복 차림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나라에는 가난하지만 예쁜 결혼식이 있었다. 소위 합근혼례(?B?가 그것이다.

 

합근혼례는 표주박을 갈라 술잔 두 개를 만들어 한쪽에는 푸른끈으로 술을 달아 '청실박잔'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붉은 끈으로 달아 '홍실박잔'이라고 한다. 혼례 때에는 신랑은 '청실박잔'에 술을 따라 신부 입에 대주고 신부는 '홍실박잔'에 술을 따라 신랑 입에 대주는 것으로 결혼식은 끝난다. 결혼식이 끝나면 이 두 개의 잔을 서로 맞추어 신방의 천장에 걸어놓고 수시로 보게 함으로써 결혼식때의 각오를 되새기게 한 것이다. 요즈음 결혼식에서의 주례의 주례사를 신랑신부가 얼마나 기억할지 궁금하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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