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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특정 작곡가 편식 현상 심화

검증된 작곡가에 곡 주문 쏠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 손담비의 '미쳤어'와 '토요일밤에', 애프터스쿨의 '아(AH)'와 '디바(Diva)'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곡은 모두 강동철, 흑철 형제로 이뤄진 용감한형제가 쓴 노래다.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이른바 '잘 팔리는' 특정 작곡가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한 가수가 특정 장르의 노래로 흥행에 성공하면 너도나도 이 작곡가에게 곡을 부탁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바람에 비슷한 시기에 한 작곡가의 노래가 넘쳐나는 일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런 작곡가로는 용감한형제 외에도 이트라이브가 있다. 안명원과 이.디(E.D)로 구성됐지만 안명원이 주로 곡을 쓰는 이트라이브는 이효리의 '유-고-걸(U-Go-Girl)'과 소녀시대의 '지(Gee)', 이정현의 '크레이지(Crazy)' 등을 썼다.

 

이들은 지난해 이후 음악계 트렌드를 형성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후렴구에 특정 단어가 반복되는 '후크송(Hook Song)'을 유행시켰다.

 

이 흐름이 오기 전인 2005-2007년은 미디엄 템포 발라드 유행을 이끈 작곡가 조영수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SG워너비의 노래가 크게 히트하자 이기찬, 김종국, 씨야 등 많은 가수에게 곡을 줬고 이들 곡 역시 히트했다. 당시 그의 곡들이 음악차트 10위권에 7~8곡이 포진되기도 했으니, 이에 힘입어 그는 지금까지 저작권료를 가장 많이 받는 작곡가 첫손에 꼽힌다.

 

음반제작자들은 이런 쏠림 현상이 빚어지는 원인으로 열악한 음악시장을 든다.

 

인기 여성그룹이 소속된 한 음반제작자는 "상업적으로 수익을 거둔 곡을 쓴 작곡가는 대중에게 검증된 것으로 여긴다"면서 "음악 시장이 어렵다 보니 곡 하나 받는 데도 안전성을 고려하게 된다. 용감한형제의 노래들이 같은 음악 소스를 써서 비슷하게 들릴지라도 그런 곡들이 팔리니 어쩌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작곡가들도 할 말은 있다. 음반제작자들이 '누구에게 써 준 곡처럼 만들어 달라'면서 '참고 곡'을 제시하니 입맛에 맞춰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유명 작곡가는 "작곡가 개인이 펼치고 싶어하는 음악 장르가 따로 있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 역시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쓰고 싶지만 음반을 제작하거나 노래하는 가수들의 요구에 맞춰줄 수 밖에 없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음악계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데는 그다지 이론이 없다.

 

음악채널의 한 PD는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 어떤 시기는 발라드 가수, 어떤 시기는 '후크송'을 부르는 댄스 가수가 쏟아져 프로그램 강약을 조절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말한다. 심지어 음반제작자들에게 '요즘 발라드 가수가 품귀이니 발라드곡을 들고 나오라'는 조언을 한다고도 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다양성 부재는 가요계가 장사가 되는 음악, 즉 흥행에 대한 과잉 민감성 때문"이라며 "지금 히트한 작곡가들에게 곡 주문이 쏠리지만 특정 음악이 통하는 트렌드의 잠식 기간은 분명히 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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