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들이 무분별하게 용역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개선되기는 커녕 일단 용역 발주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가 민선시대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방만한 예산 운영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역발주는 한 건에 보통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예산이 소요된다. 이처럼 많은 예산을 들여 전문가나 전문기관에 의뢰한 용역이 실제로 사업에 활용되지도 못하고 사장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산이란 아껴쓰고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소중한 국민들의 혈세다. 귀중한 혈세가 활용도 되지 않은채 캐비넷에 사장되는 용역발주에 쓰여진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실제 완주군의 경우 지난 2006년 부터 지난해 까지 3년간 총 166억1000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모두 219건의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당 평균 8000만원 정도의 용역비가 소요된 셈이다. 그런데 용역비로 1억2400여만원이 소요된 '완주 모악한방클리닉특구 조성사업및 실시설계' 용역의 경우 2006년 5월 발주해 지난해 2월 용역이 완료됐으나 사업에 반영되지 못한채 사장되고 있다. 2200여만원의 용역비가 들어간 역참박물관 건립공사 설계용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같은 용역 남발은 비단 완주군만의 사례는 아닐 것이다. 도내 대다수 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용역은 행정기관 자체 능력이나 기술인력으로는 사업 전망 예측이 어렵거나 전문적인 기술과 경륜이 필요할 경우 시행하는게 원칙이다. 하지만 일선 시군의 현실은 이같은 취지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단체장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꼭 필요한 용역이 아닌데도 특정기관이나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용역을 발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용역남발로 인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용역 발주전 과제의 심의 평가가 필수적이다. 완주군의 경우 최근 심의 평가위원회 구성을 뒤늦게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기구를 두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들도 용역 남발은 여전한 실정이다. 각 자치단체는 심의·평가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해 엄격한 사전심의와 평가를 해야 한다. 지방의회도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용역의 적정성과 실효성을 꼼꼼히 따지고 불필요한 용역예산은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용역남발에는 지방의회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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