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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매년 팔·다리가 잘리는 가로수들 - 이성원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최근에 전북대가 아트 캠퍼스의 일환으로 정문에서 실내체육관에 이르는 340m의 울타리를 허물었다. 대학의 캠퍼스들은 공간이 넓고 조경이 잘 가꿔져 있어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여가휴식 공간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학들이 담장을 없애는 일에는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전주시내 등 많은 초·중·고교가 담장을 허물고 지역주민들에게 녹색공간을 내줬지만 도내에서 대학이 담장을 허문 것은 지난 2000년 전주교대와 2007년 군산대에 이어 전북대가 세번째다.

 

전북대의 담장허물기는 단순히 경계가 없어졌다는 의미를 뛰어 넘는다. 건물과 녹지가 조화를 이루고, 미적 감각이 살아 숨쉬는 아트캠퍼스를 만들어 대학구성원들과 주민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우석대는 2011년 완공 예정인 진천캠퍼스에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에코캠퍼스로 만든다는 청사진이다. 전주대는 전국 28개 대학이 구성한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에 참여했다. 연도별 이산화탄소 저감계획을 수립하고 차없는 캠퍼스 조성을 앞당기며,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기술 확산을 위한 연구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미 이 같은 대열에 동참했다. 올해 착공한 8개 기숙형공립고의 기숙사는 모두 태양광과 지열 시스템을 갖췄다. 시설비는 20~30% 더 들지만 탄소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자체가 큰 혜택이기 때문에 앞으로 신축할 일반학교의 교실 등에도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하반기에 입주할 예정인 도교육청 신청사도 벽면에 태양광 판넬을 부착하는 등 화석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더이상 구호가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실감이 커질수록 우리는 저탄소운동, 녹색성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전주시가 오래전부터 녹색도시를 추진해왔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열섬현상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나무를 심었고 하천을 가꿨다. 그 효과가 올들어 점차 나타나고 있다. 신록의 계절과 함께 도시는 푸르름을 뽐내기 시작했고, 가로수를 따라서 새들의 지저귐도 늘고 있다. 악취 등 부분적인 문제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정겹다.

 

신록(新綠)이 점차 무성해지면서 성하(盛夏)의 계절을 향하고 있다. 도시의 나무잎은 점점 더 무성해지고 사람들은 그 그늘을 찬양할 것이다. 가로수 잎에서 발산되는 신선한 공기는 또하나의 축복일 것이다. 바야흐로 가로수들의 잔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축제의 대열에 끼지 못하는 가로수들도 있다. 우아동 엄마랑유치원 부근 등 일부 지역의 플라타너스들이다. 꽃가루가 날린다는 등의 민원으로 매년 봄이 되면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고 있다. 축제의 계절이 돌아와도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따돌림당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같은 일을 되풀이 할 것인가?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면 차라리 뽑아내라.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야 한다.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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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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