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전북도 교육감)
요즘 '사람 사는 세상’ '오손도손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 자연인으로서 나 또한 무엇보다 '오손도손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꿔왔다. 이 바람은 우리 교육청의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인간 육성’이라는 교육지표에 반영되었다.
우리 학생의 인성교육을 잘 하여 남을 배려하는 인재를 기른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또한 우리 교육계 24,000여 구성원 중 가장 고생하는 분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의미도 있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임금,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다는 신분보장이 필요하다. 월급이 오른다는 즐거움과 승진이 된다는 꿈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소외되었거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분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교육은 많은 이들의 노력과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선생님들은 가르치고 행정직원은 학교행정을 돕는다. 기능직과 사무직 공무원 그리고 학교회계직원도 우리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교육을 돕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어머니의 마음으로 학생들의 점심 저녁을 준비하는 조리원 조리사 영양사, 선생님들과 동일한 마음으로 교육을 돕는 교육업무보조원 특수교육보조원 유치원업무보조원 과학실험보조원 사무보조원 체육전문코치 전산보조원 기숙사생활지도원 청소원 수상안전요원 통학차량보조원들이 바로 학교회계직원들이다.
꼭 필요한 업무를 하면서도 낮은 처우 속에서 일해 온 분들로 얼마 전까지도 신분은 비정규직인 기간제였다. 이들은 가정을 책임진 가장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잘 길러야 하는 어머니이기도 하고, 인생의 바다를 헤엄쳐 나갈 젊은이다. 기쁨으로 일하고 행복으로 집에 돌아가야 할 분들이다.
그러나 그동안 '사람답게’ 살기에는 신분의 안정성이 떨어졌다. 1년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하며 다시 계약할 수 있을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러한 기간제 직원들이 정말로 안타까웠다. 평생직장이야말로 안정된 가정을 꾸리는데 꼭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의거 지난 2년 동안 무기계약 전환을 통해 신분의 안정을 얻었다. 우리 전북교육청 산하에서만 2,635분이 혜택을 입었다. 참으로 기쁜 일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의 봉급봉투가 여전히 얇은데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추가 처우개선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우리 교육청에서는 전국에서 최초로 자체예산에 학교회계직원의 맞춤형복지비를 반영하였다. 국가 예산이 아닌 자체예산이라 확보에 부담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예산이 근무조건이 낮은 학교회계직원들에게 소속감과 동료애를 굳건하게 해준다면 그보다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법적 제약과 예산상 어려움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지 못해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일 한 만큼 대접받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 참으로 아름다운 사회이다. 노력하고 있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 인간 육성’도 직원들의 '처우개선’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가족과 도민들의 지지와 협조가 있기에 가능하다. 전북교육가족과 도민, 모두가 함께 일구어가는 전북교육이기에 나는 행복한 교육감이다. 늘 감사히 여긴다.
/최규호(전북도 교육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