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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땡볕보다 더 뜨거운 농업정책 - 정대섭

정대섭(경제생활팀장)

극심했던 가뭄 속에서도 자연은 '장마'라는 선물을 어김없이 내려줬다. 말라버린 저수지 바닥같던 농부들의 가슴 속을 후련하게 적시고 있는 단비를 보면서 우리 농업정책도 꼭 필요할 때 정확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해봤다.

 

최근 일련의 과정에서 농정당국이나 자치단체들의 태도는 심각한 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극심한 인력난에 허덕이는 영농철에 '선거법 저촉' 운운하며 공무원들의 손발을 묶는가 하면, 희망근로라는 내부의 적을 만들어 내는 '졸속'의 극치를 보여줬다. 주작물의 생산량 예측조차 주먹구구로 진행되면서 먹거리 유통에 커다란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재고벼가 쌓여 쌀값하락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기만 하다. 일각에서 '땡볕보다 뜨거운 농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재고 벼 매입 늑장

 

우선 재고 벼문제부터 살펴보자.

 

대풍과 소비 감소로 예년에 비해 한달분 이상의 벼가 각 RPC에 쌓여 있다는 보도는 수도 없이 나갔다. 농협을 비롯한 농업관련단체들은 적어도 6월말까지 정부가 10만톤 정도를 매입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해왔다. 우유부단하게 관망하던 당국은 뒤늦게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칫 사후약방문격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 6월말까지 시장에서 격리시켜달라는 얘기는 시중의 쌀값하락을 염두에 둔 절실한 목소리였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8-9월에 정부가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여서 RPC들이 숨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예산이 문제라면 '선시행 후처리'의 묘수를 둬야 하지 않겠는가.

 

◆ 농촌 일손돕기 선거법 저촉

 

영농철 농촌 인력은 모내기를 전후해, 벼베기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때는 과일 꽃따기, 솎아내기, 복분자따기, 수박 수확, 과일 수확 등 논에서 밭에서 일손이 상당히 겹친다.

 

일부지역에서는 일당 8만원에 식사, 차편 제공에도 인력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에서는 희망근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농촌으로 향해야 할 노동인력을 분산시키는 터무니없는 행정을 펼쳤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그동안 농촌 일손부족에 나름대로 도움을 주었던 공무원들을 '선거법 저촉'이라는 이유로 묶어 놓은 것. 뒤늦게 농수산식품부가 공무원들의 농촌 일손돕기 참여가 가능하도록 기본지침을 시달했지만, 심하게 말하면 소가 웃을 일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자치단체들은 농촌 노동력 해소를 위해 담당부서를 강화 또는 신설해 좀 더 적극적으로, 시스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 과잉생산과 유통

 

농촌 인력부족과 관련한 답답한 대처가 있었다면 유통문제도 장난이 아니다.

 

물론 쌀의 경우 예년보다 풍작으로 문제가 파생됐지만, 보리나 복분자의 경우 어느정도 생산량 예측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농정당국의 보다 치밀한 농업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쌀 문제로 되돌아 가봐도 공공비축제와 과잉공급시의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공비축매입 규모가 7월 중 결정되기 때문에 쌀 생산량 예측이 불가능하고, 풍년이 들 경우 과잉공급 물량 해소를 위해 상시 운영 가능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농업이 이제는 생산에만 그칠 게 아니라 가공과 유통, 소비자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관련 부서 이름을 농수산식품부로 바꿔 지원정책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정대섭(경제생활팀장)

 

정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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