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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버락 오바마의 리더십 - 박규선

박규선(전라북도교육위원회 의장)

 

예전에도 책문(정치에 관한 계책을 물어서 답하게 함)의 시대가 있었다. 지존의 상징인 왕에게도 접근 금지의 명령문이 아닌, 피가 흐르는 의문문이 있었던 것이다. 명종이 물었다.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면 왕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노진이 대답했다. "진리를 탐구하고, 소인을 가려내야 합니다."

 

다음은 서릿발이 느껴지는 광해군과 임숙영의 책문 내용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입니다." 이 정도면 가히 목숨을 걸 만한 수위이다. 그럼 우리 시대의 인재들에게 과연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리더십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복잡다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의 리더십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요즘은 '섬기는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 전근대적인 특성을 환기시키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비해 희생과 헌신, 관용과 포용, 조화와 중용, 대화와 인내심을 그 특징으로 한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확대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서는 구체적 실천력이 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봐가며 대화와 소통을 체질화시키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뭔가 미진한 감이 없잖아 있다.오바마는 바로 이런 섬기는 리더십의 장점을 살리되 효율성 측면에서도 극대치를 얻어냈다.

 

그는 대통령의 꿈을 키우며 정치의 세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뭔가 조직력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이다. 그의 행적에서 보이듯 그는 인종차별로 유명한 시카고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그들 자신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주체임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였다. 이러한 그의 판단과 노력은 적중하여 그가 소망하였던 지역사회운동가로 활동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의 인사관리 스타일은 독특하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그는 피라미드식으로 사람을 엮어내는데 탁월하다. 가령 열 명의 측근이 있다고 한다면 그 열명은 절대 충성이다. 여기서의 충성은 일방통행적 하향구조가 아닌 순전히 자발적인 만해 한용운 스타일의 복종이다. 그 열명의 충신은 각각 또 다른 열명의 충신을 배태한다. 트레버 식의 'pay it forward' 형태다. 물론 이것마저 정치적 책략이라고 폄하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문제는 그 목적성과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력의 정도이다. 한낱 자신의 출세와 명예를 위한 정치적 책략이 아니라 이왕이면 우리 모두가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세계를 건설하자는 범애적이고 이타적인 진정성 앞에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공허한 사상누각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농후한 프로젝트 앞에서 누군들 귀가 솔깃하지 않겠는가.

 

버락 오바마는 이상을 추구하되 불필요하게 거창하지 않았고 현실이라는 단단한 끈을 붙잡되 거기에 안주하지만은 않았다. 그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그를 신뢰했고 그의 꿈과 포부를 '너'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함께 하는 리더십, 편을 가르지 않는 리더십, 소탐대실하지 않는 리더십, 귀 기울일 줄 아는 리더십, 소통하는 리더십 이것이 버락 오바마의 명쾌한 리더십의 정체다.

 

 

/박규선(전라북도교육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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