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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일상과 폭력 - 이윤애

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장마가 끝났는지 지속되고 있는지도 판단하기 어렵게 국지성 호우는 일상을 불편하게 하고 비로 인한 피해는 온통 세상을 어지럽혔다. 빗길 교통사고 소식, 축대붕괴로 인한 피해, 건설현장의 붕괴사고 등…. 사고소식을 접할 때마다 천재인지 인재인지 마음이 심란스럽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일상이 예측되고 기대하는 바대로 현실은 따라주지는 않는다. 문제는 예측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빗나갔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불안과 분노와 당혹감은 크게 작동되고 그 결과 또한 심각한 영향을 우리의 일상에 미친다.

 

지난달 방송법 등 미디어관련법의 통과인지 부결인지 국회라는 공간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되었고, 그렇잖아도 심란스러운 우리의 일상을 더욱 심란스럽게 만들었다. 야당은 100일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섰고, 한 일간신문 만평작가는 작품을 통해 법안을 주도했던 여당은 백일 동안 매일매일 언론매체의 톱기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톱 100개를 준비완료 했다고 정곡을 찌르는 시사만평을 내놓았다.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했던 상황은 그 날 국회의사당 안에서 벌어진 장면들이었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난무한 온갖 형태의 폭력적 행동들은 한 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 중에서도 한 여성의원을 끌어내는 다른 여성의원의 얼굴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동시대인으로 살아가는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들어버렸고, 그 장면들은 나의 일상을 괴롭혔다.

 

며칠 전 전주의 한 가정폭력상담소에서는 상반기 상담통계를 발표했다. 남편의 폭력을 호소하는 상담건수가 천 5백여 건이며 매년 3천여 건에 달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고 하였다. 한 상담소에서 작성한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수준인데, 다른 유관기관들의 상담건수를 종합해 본다면 더욱 상회할 것이고, 신고나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드러나지 않은 폭력피해까지 감안한다면 도내의 가정폭력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역언론들은 일제히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기사화했다. 그런데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점은 '매맞는 아내'는 존재하나 '때리는 남편'에 대해서는 사회가 그다지 호들갑스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폭력행위에 대해 특별한 문제행동으로 보지 않고 특별하지도 않는 일상적인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폭력을 일상으로 수용하는 사회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의도로 여성계에서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사건에 피해자이름을 붙여 사건을 명명하지 말고 가해자 이름을 붙여 행위자를 통해 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날마다 일터에서 하는 일이 성폭력 피해아동을 만나는 일이다. 피해정황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일상의 놀이와 폭력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어른으로서 자책감이 앞선다. 국회의사당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폭력들이 가치개념이 미흡한 아동들의 눈에 그대로 비쳐진다면, 평화롭고 우여곡절 없는 일상을 소망하는 아이와 아이의 부모는 너무 불편해지지 않을까?

 

/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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