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정치경제부장)
인간이기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대체 왜 사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인간은 지구상 다른 생명체에 비해 지적 능력이 탁월하고, 대부분이 무엇인가 멋진 삶의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왜 사는냐"는 질문에 대해 호모사피언스에 걸맞는 멋진 대답을 하기 위해 순간적으로나마 생각에 잠긴다.
그런 복잡한 답변은 인간 외의 생명체에게도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들의 행동 양식 등에 대해 인간이 단순한 자연현상 내지 본능적 행동으로 깎아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왜 사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가운데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에 공통되는 것이 하나 있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것이다. 먹기 위해 산다고 해도 무방하다. 결국 모든 생명체는 영양이 공급돼야 생명이 유지되고, 그런 후에야 비로소 멋지고 아름다운 삶에 대해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명체에 따라, 인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예나 지금이나 선비정신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많은 재력, 풍부한 먹거리에 대해 그리 연연해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에게는 정신적 영양물이 훨씬 배부르고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돈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을 발휘하기는 커녕 자기 호주머니 채우기에 더 열정적인 인간이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떠들썩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지난 11일 열린 중소상인살리기 전북네트워크 출범식에서 김용배 전북경제살리기 도민회의 사무총장은 "지역 상인들이 다죽어 가는데 대형마트를 통해 매일 20억여원의 지역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성토했다. 골프장에 1.5%의 수수료를 적용하면서 꽃가게 등 영세상인들에 대해서는 2.5∼3.5%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카드사가 연 30%에 달하는 고금리 사채놀이를 하고 있다"고 비토했다.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들의 로비에 밀려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고 미루면서 카드사 등 대기업 배만 불려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법의 틀 내에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어기는 기업도 많다. 그들이 전쟁을 치르면서 도덕성을 상실하고 막가파식 행태를 보이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사태에 대해 대형마트와 카드사만을 탓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들이 법을 어겨가며 대형마트, SSM사업을 하고, 카드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의 중심에는 결점 투성이 법과 그 법을 고치지 않는 정치인들이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대기업과 중소업체간의 사업조정 권한을 시도에 위임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법률안' 12건은 국회에 계류중이다. 법을 바꿔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 품목과 영업시간, 지역제품 의무매입률 고시, 허가제 도입 등 실질적인 규제에 나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이 법의 처리를 장기간 미루고 있다. 정치권이 대기업 로비를 받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만 하다.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경제가 어렵다며, 국민에게 한 발 더 다가서겠다며 벌이는 낯뜨거운 민심행보 가운데 하나가 재래시장·상가 방문이다. 그들에게 양심이 있다면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중소상인들의 처지를 제대로 알고 악수를 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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