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지난 일요일, 우리 가족은 400여명에게 밥을 퍼드리느라 땀을 많이 흘렸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사)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근로자쉼터에서는 기쁜 일이 있는 이들이 몇십만원의 부식값을 내어 외국인근로자들에게 한끼니라도 고기반찬을 마련하여 주고, 온 가족이 함께 밥을 퍼주는 '자축 밥퍼봉사'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는데, 우리는 두달전에 큰딸을 결혼시켰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가뜩이나 키가 큰 사위는 1시간반 동안을 꾸부리고 밥과 반찬을 퍼주느라 허리가 아팠을터인데도 싱글벙글하였고, 딸아이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좋아했다. 남을 도우면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돕는 사람이 더욱 기쁘고 행복해지는 것 같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필자는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봉사를 거의 해보지 못하였다. 기껏해야 봉사단체에 조금씩 기부를 하거나, 명절때 고아원이나 양로원등을 찾아가 금일봉을 전달하는 정도였다. 많은 기업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갖가지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직에는 봉사활동이 별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필자가 지난해부터 외국인근로자 돕는 일을 하겠다고 했더니 많은 후배들이 체면떨어진다며 하지 말라고 만류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공직을 떠난 후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상담뿐 아니라 무료 병원, 무료 급식소, 쉼터, 이주민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는 (사) 지구촌 사랑나눔에서 일하면서 살펴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여러 형태로 자원봉사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개업을 하고 있는 의사들이 주말에는 십여명씩 찾아와 무료 진료를 해주는가 하면, 약사들은 약품을 싸가지고 와서 무료투약을 하기도 했다. 외국인근로자와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글교육 7개 과정과 컴퓨터 교육 5개 과정은 전원 자원봉사자들로만 구성되어 운영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봉사자중에 공직에 있는 분들은 찾아볼 수가 없고, 나이든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들며, 40대보다 30대, 20대가 더 많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젊은 사람들일수록 기부도 많이 한다는 사실이었다. 필자가 월드비젼이라는 단체에 가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물었더니 기업의 지원은 적고 거의 100만명이나 되는 개인 후원자들이 매월 기부를 하고 있는데,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이는 젊을수록 참여자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6.25 전쟁때 생겨난 이 조직이 이제는 오히려 외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국내의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들을 돕고 이북 동포들을 돕는 단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돈도 적고 바쁘게 살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남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새삼 우리 민족의 앞날에 큰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맡겨놓으면 될 일인가…. 이제는 나이든 사람들도, 가진 자들도, 공직자들도 일상생활에서 남과 나누는 삶에 적극 참여해야 할 때이다. 콩 한조각도 나눠먹는 집안은 흥성하고, 부자 3대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정녕 슬픔은 나눌수록 적어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성중(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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