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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추석이 다가 옵니다 - 황의영

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고향으로 달려가는 차들이 전국의 고속도로와 주요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 것이다. 특히, 이번 추석은 연휴기간이 짧아 고향을 찾는 출향인들이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길에서 소비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고향을 찾는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다. 또한, 지체되는 차속에서도 마음은 벌써 고향에 도착하여 정든 고향산천을 둘러보고 부모님과 다정한 이웃에 인사를 드리고 담소를 나눈다. 항상 부족함을 감싸주셨던 어머님 품속 같이 따뜻하고 정다운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고향은 그렇게 넉넉한 곳이다.

 

추석은 중추절(仲秋節), 가배(嘉俳), 가위,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이사금 9년(서기 32년)에 부녀자들이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베를 짜는 시합을 하고 시상·잔치를 벌였는데 이를 가배라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참으로 오래 동안 우리민족의 정서가 어린 고유한 명절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다.

 

추석은 풍성했다. 봄부터 땀 흘려 농사지어 수확한 햇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하여 햇과일과 함께 조상님들께 풍성한 수확을 이룰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심에 감사드리는 차례를 지냈다.또한, 신도주(新稻酒)라 하여 햅쌀로 빚은 술을 차례상에 올렸다. 넉넉하게 장만한 음식을 일가친척 이웃과 나누면서 정(情)을 키웠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다. 송편은 햅쌀로 빚는다. 송편속으로는 콩·팥·깨·밤·대추 등을 넣는데 모두 햇것으로 했다. 열 나흗날 저녁 밝은 달을 보면서 가족들이 모여 앉아 그 동안에 못 다한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송편을 예쁘게 빚었다.

 

요즘의 추석은 우리 어릴 때의 추석만큼 풍성하지 않은 것 같다. 이웃끼리 나누는 정도 예전만 못하다. 경제적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지만 오히려 그 만큼 내 고향 농촌은 활력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골목골목 그득하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할아버지 집을 찾은 몇몇 어린이가 대신한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내 고향, 어른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졌다. 고향을 떠난 이가 살던 집은 폐허가 되어 헐려 나가고 동네모습은 이 빠진 얼레빗의 모양이 되고 말았다. 문전옥답 장구배미에서 생산한 쌀은 남아돌아 천덕꾸러기가 됐고 수입농산물에 밀려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할지를 모르고 허둥대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그 활력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떠나온 그 곳에서 묵묵히 고향을 지키고 있는 농업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없을까? 내 고장의 쌀, 채소, 과일과 축산물을 애용하는 작은 애향 활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작년과 재작년 추석에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전주톨게이트에서 도지사님 등 기관장님들과 도의원님들을 모시고 농업인들과 함께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견본품을 나누어 주며 우리쌀을 애용하자고 호소하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들에게 고향을 생각게 하고 기름진 땅과 맑은 청정자연에서 햇빛 가득 머금고 자란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게 함으로써 가족의 건강을 지킴은 물론 고향에 활력도 찾게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부질없는 나만의 꿈이었을까…….

 

/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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