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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소중한 삶엔 진지한 음악 필요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는 편견 버려야…마음을 열고 접근하면 쉽게 할 수 있어

<< 많은 분들이 클래식하면 고개부터 가로젓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을 모르면 뜻밖의 자리에서 곤란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신상호 교수의 '클래식과 친해지기'를 연재합니다. 클래식 중에서도 알아두면 좋을 음악가와 음악, 또 클래식에 얽힌 이야기 등 클래식을 좀더 쉽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자, 클래식과 친구하실 준비 되셨나요? >>

 

이 세상은 소리로 꽉 차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 흐르는 소리, 말소리, 노래소리, 악기소리, 자동차 소리…. 온갖 소리로 가득하다. 우리가 들을 수 없어서 그렇지 우주의 소리는 또 얼마나 클까? 우리 인간은 귀가 감지 할 수 있는 소리(초당 20Hz~20KHz 사이의 진동파)만 듣고 사는 것이다.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하며 사는 삶! 하긴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리와 함께 한 셈이다. "응애"하며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리지 않았던가? 그래서 레너드 번스타인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음악적 본능을 갖고 태어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음악은 그런 소리들을 즐기기 위해서 혹은 표현하기 위해서 의미 있게 조합한 것이다.

 

아침 일찍 근교의 산을 걸어 보시라. 새들 노래 아름답고 풀벌레 소리가 정답기 그지없다. 생명의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는 자연의 음악인 셈이다. 베토벤은 그런 소리들을 '전원 교향곡'에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음악가들은 그런 소리들을 그렇게 나름대로 의미 있게 재구성 한다. 바로 음악이다.

 

인지고고학 학자 스티븐 미슨은 음악을 소리에 의한 인간의 의사소통이라고 정의하였다. 의사소통방법에는 물론 언어가 있지만 언어가 있기 이전엔 소리만으로 의사소통을 하였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말이 있기 전에 의사소통은 손짓, 몸짓과 함께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였을 것이다. 스위스의 알펜호른도 그런 신호적인 의사소통의 소리도구이다. 클래식 음악은 문명이 진보하면서 그런 소리들을 우아하고 격조 있게 표현한 진보된 의사소통 방법이다.

 

서양음악사적 관점에서의 클래식 음악의 의미는 우선 서양 문화의 근원인 고대 그리스 음악을 지칭하는 의미가 있고, 18세기 비엔나를 중심으로 활동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시대의 음악을 지칭하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대중음악에 상응하는 순수음악, 예술음악을 의미한다.

 

클래식음악은 다만 의젓하게 살고 싶은 욕구의 고상한 문화발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사이 클래식 음악을 멀게,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이 참 많아졌다. 걱정이다. 그 원인은 아마 아는 척 하고 싶어 하는 이들, 자기 전공은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심각하게 얘기하고 어렵게 설명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지 않다. 클래식 음악도 사랑을 노래하고 슬픔을 얘기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텔레비전을 위시한 시각중심의 문명이기들 때문에 근대 삶의 형태가 보는 문화로 급격히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듣는 문화와의 균형을 잃으면 문화생활의 균형이 온전할 수 없다. 듣는 것은 생각을 하게 하기 때문에 보고 듣는 문화가 균형이 있어야 긍지로운 생활을 견지할 수 있다. S라인, 몸짱 문화에만 빠져 있어서야 되겠는가? 고전음악을 듣고 감상하며 삶의 의미를 명상하는 시간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은 각 시대에 행해진 많은 음악 중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음악이 전해지면서 고전이 된 음악이다. 예술적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공증된 음악만이 살아남아 시대가 지나도 사랑을 받는 고전의 정전(正典)이 된 것이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도 민중들 정서에 공감이 큰 음악이다. 듣고 느끼며 생각을 함께 했던 음악이다.

 

서양음악이나 전통음악이나 느낌의 공감은 차이가 없다. 듣고 느끼며 감동하는 것은 음악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단지 삶 방식의 다름에 의한 인지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차르트나 슈베르트가 느낀 사랑은 특별한 것이었다?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기에 그들이 겪은 실연이나 고통, 번뇌도 우리가 겪었던 사랑, 실연, 번뇌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그런 느낌을 표현해 놓은 음악을 들으면 공감이 가고 감동을 하는 것이다. 느끼고 생각하며 사는 인간으로서의 경험 교감이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경계를 하고 담을 쌓게 되면 좁아 질 수밖에 없고 좁아지면 공감도 좁을 수밖에 없다. 마음을 열고 듣고 보고 느끼며 생각할 줄 알아야 나의 귀함도 알게 된다. 많이 알고 많이 느껴야 그만큼 세상이 보이고 세상을 향해 나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방문 닫아걸고 "내 세상이야!" 외쳐봐야 방안에 쓸쓸한 울림만 있을게 분명하지 않은가?

 

소리 나는 것은 다 악기다. 그 중 친숙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 연구하여 운율에 맞게 조율한 뒤 예쁘게 소리를 내보고 싶어하는 음악이 고전음악이었다. 그런데 현대음악에서는 그런 경계도 없다. 모든 소리를 다 취급한다. 사방팔방 경계가 없어졌다. 대중음악과의 금 긋기도 무의미해졌고 각 나라 전통음악과의 구분도 희미해졌다. 그래서 윤이상 선생은 독일에서 한국적 정서의 음악으로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었다. 다만 대중음악은 음악을 직접적이고 감각적, 관능적, 상업적으로 생각한다면 클래식 음악은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는 차이는 있겠다. 귀한 삶, 의미있게 살기위해서 진지한 음악도 친해야 하지 않겠는가? 클래식 음악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다.

 

음악이 없는 우리의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 만약 나에게서 혹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바흐의 코랄이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중 아리아를 빼앗거나 금지하거나 혹은 기억에서 제거한다면 그것은 우리 인체의 한 기관의 상실이며, 감각의 반 아니 그 전체의 상실과도 같은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 현재 한국음악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상호 전북대 음악과 교수는 서울대와 같은 대학원에서 오보에를, 세종대 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과 전북대 예술대학장을 역임했으며, 「오보에 교본」 이외에도 음악수상집 「마음속의 글 같은 음악」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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