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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DY의 '깨진 유리창' 갈기 - 김성중

김성중(정치·기획탐사팀장)

우리 언론의 정치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두 단어가 있다. 참모와 측근이다.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참모는 공식적으로, 측근은 비공식 라인으로 보스(Boss)를 보좌하는 정도여서 사실상 동의어로 취급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꿈을 실현한 정치인에게는 항상 '뛰어난 참모'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빌 클린턴을 미국 백악관 주인으로 만든 선거기획 전문가 딕 모리스다. 국내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한 박지원 의원, 권노갑 전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신 이광재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 등이 있다. 하지만 성공한 보스 곁에는 늘 '좋은 참모'와 '나쁜 참모'가 섞여있기 마련이다.

 

대통령리더십연구소는 좋은 참모와 나쁜 참모를 아래와 같이 구분한다. 합리적 충성, 풍부한 전문지식, 소신 있는 직언, 탁월한 조정력, 소리 없이 깔끔하게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은 좋은 참모의 요건이다. 나쁜 참모는 맹목적 충성, 시끄러운 일처리 등으로 좋은 참모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책 '1인자를 만든 참모들'이 제시하는 참모 마인드도 새길 만하다. 책은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때를 기다리며 치밀하게 준비하라'. '소탐대실을 경계하라. 바다로 나가기 위해 잠시 거치는 시냇물에 만족하지 마라'고 이른다.

 

지난 15일 강재수 전 정무부지사가 기자들에게 "정동영(DY) 의원의 '측근'으로부터 전주시장 출마 제안을 받았다"고 밝혀 지역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물론 DY의 민주당 복당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내년 6.2지방선거에서 무소속연대를 띄운다는 전제에서다.

 

정가의 관심은 '그 측근이 누구냐'에서 '떠돌던 소문의 진위 여부'로 쏠리는 분위기다. 세간에서는 'DY 진영에서 지방선거에 나설 무소속연합군을 물색하고 있다'는 설을 놓고 술렁인다.

 

하지만 사건은 또 다른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몸 안에 누구보다 농도 짙은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며 복당하려는 DY의 진정성과 순수성의 훼손이다. 사실 복당을 간절히 원하는 정치인이 한편으로 복당이 안 될 경우를 가정해 복당할 당과 싸울 전략을 짜는 일은 모순이자 이중적 태도다. 이는 본처와 반드시 재혼하겠다는 사람이 다른 혼처를 알아보고 있는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다.

 

DY로서는 측근이 특정인에게 단체장 출마를 제안한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복당과 관련해 평소 보였던 DY의 행보는 그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DY는 측근의 '제안'이 부른 파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왜냐면 보스의 구상과 의도를 실천에 옮기는 이들이 바로 측근과 참모여서다.

 

참모들이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표현되는 정치의 속성을 감안해 모든 가능성과 경우의 수를 놓고 전술·전략을 마련하는 일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좋은 참모'처럼 조용하게, 소리 없이,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보스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덧셈 정치'를 추구하는 DY를 보좌하는 측근이 '뺄셈 정치'를 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나쁜 참모'다.

 

사회심리학에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부서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곳을 중심으로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된다는 이론으로 작은 사건을 그냥 넘기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경고다.

 

DY가 '깨진 유리창'을 언제 갈아 끼울지 주목된다.

 

/김성중(정치·기획탐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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