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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이슈 돋보기] 진안 주천게이트볼장 기념비 '폐명 논란'

"기부한 땅 팔다니" 망자 이름 삭제…"너무했다" "당연한 일" 팽팽

진안 주천게이트볼장 설립을 추진했던 한 임원이 진입로 일부 부지를 희사하면서 기념비에 올랐던 한 망자(협찬인)의 이름을 피해자 측과 상의없이 지운 사실이 밝혀져 말썽을 빚고 있다.

 

이 사태를 놓고 주위에선 한번 기부한 땅을 제3자에 팔아넘기면서 빌미를 제공한 피해자 측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의 이름을 (그라인더로) 훼손할 필요까지 있었냐는 반응도 있다.

 

피해자 모친 이모씨(78) 등에 따르면 게이트볼장이 준공됐던 1998년 당시, 추진위원회 총무를 맡았던 S모씨에 의해 구장부지 내 준공 기념비에 새겨진 자신의 아들 이름이 지난 8월 초께 지워졌다.

 

황당무개한 사건에 화가 치민 이씨는 지인을 통해 탐문된 원인행위를 한 S씨를 찾아가 원상복구를 요구했으나, 정작 S씨 측은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며 새로운 기념비 설치에 난색을 표했다는 것.

 

문제가 불거진 그때서야 S씨 측은 가로 10cm, 세로 12cm 규모로 패인 (폐명)자리에 석공을 불러 이름 석자를 다시 새기긴 했다. 하지만 아들을 가슴 속에 묻은 이씨의 마음에 난 생채기는 치유할 수 없었다.

 

이씨는 "천인공노할 일이며, 죽은 애의 이름을 지운 사람이 멀지않은 동네사람이란 사실에 살이 떨릴 정도로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라고 호소하며 "모든 회원들의 뜻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S씨는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줘 놓고 팔아먹은 것은 희사가 아닌 엄연한 매매다'란 인식이 팽배, 당시 총무를 맡은 죄(?)로 앞장서 이름을 지웠을 뿐"이라면서도, 내심 정리적인 죄책감을 일부 느꼈다.

 

이번 망자의 '폐명 논란'은 협찬인이 살아생전 구두로 희사한 진입로 부지(50㎡) 등을 그 외숙부가 승계받아 몇 년전 B모씨에 이를 되팔면서 점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땅을 취득한 A씨와 협회 측이 진입로 땅을 놓고 옥신각신하던 중 결국 진입로 땅 대신 구장 내 다른 땅을 내주기로 하면서 2m 높이의 담장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기념비 자리가 1m가량 줄어들어 환경이 악화됐다.

 

이 때문에 일부 회원들은 이 모든 화근은 이씨 측이 희사한 땅을 얘기없이 팔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치부했고, 그 선봉을 자처했던 S씨는 이씨의 아들 이름을 지우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 사태와 관련, 뜻 있는 한 주민은 "망자를 2번 죽일 순 없는 노릇 아니냐"며 "잘잘못을 떠나 죽은 이의 일인만큼 상호 협의 하에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는 게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을 것"이라는 제안을 했다.

 

한편 피해자 측은 처음엔 "'내가 미쳤었나 보다. 이를 제안한 회원 A씨와 이에 동조한 Y씨의 말에 따라 이름을 지운 것'이라고 말했던 S씨가 이제와선 '단독 행위'로 말을 바꾼다"란 말로, 혼자만의 소행이 아님을 내비쳤다.

 

이에, 당사자인 A씨와 Y씨는 "시키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고 해명하면서도, "당초 기부했던 땅을 되팔았으니 당연히 그 이름을 지워야 하는 게 마땅하다"라면서 (이름을 지운 일이)'꼭 잘못된 일만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런 한편 S씨는 20일 취재진에 직접 전화를 걸어 와 "피해자 측이 정 그리 나오면 우리(?)로서는 사기죄로 고발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전해와 협회 내홍이 법적싸움으로 비화될 소지를 낳고 있다.

 

이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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