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정경부장)
독일은 유명 자동차 브랜드로 유명하다.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자동차 전용고속도로로 유명한 아우토반은 이들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 함께 독일 자동차 산업을 대변한다.
몇 년 전 친환경도시로 널리 알려진 독일 남부 프라이브르그를 다녀온 적이 있다. 경전철과 전철역 주변에 가득 주차된 자전거,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곧바로 고가도로를 타고 4차선 자동차 도로 건너편으로 자유롭게 오고가는 시민들, 도심을 흐르는 작은 시냇물, 도심 외곽의 태양열 주택과 친환경주택단지 등 프라이브르그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견학했던 프라이브르그 교외의 파우반은 최근들어 '자동차 없는 도시 프로젝트'가 더욱 진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파우반의 집 앞 주차장은 모두 화단으로 바뀌고, 자동차가 거의 퇴출됐다. 대신 자전거 따르릉 소리와 새소리가 파우반 곳곳에 울려퍼지고 있다고 한다.
파우반시가 정책적으로 마을에서 자동차를 퇴출했기 때문이다. 마을 한 쪽에 공영 주차장을 마련한 뒤 사용료를 무려 2만 유로(한화 약 3600만원)나 받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파우반 주민 5300여 명의 57% 가량은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프라이브르그까지는 경전철을 타고 출퇴근하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한다. 자동차가 필요할 경우 공동으로 운영하는 '자동차 나눠타기'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는 어떤가. 전주시는 인구 등 도시 규모 면에서 프라이브르그와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주에 전철이 없을 뿐 도시 중심을 흐르는 그리 넓지 않은 강, 도심, 주택가 등…. 친환경적 도시를 생각하는 정책도 닮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프라이브르그의 환경친화정책 결과물들이 피부에 와 닿는 반면 전주의 환경정책은 좀 더 지켜보고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전주시는 몇년전부터 300만그루 나무심기 정책을 추진, 도심 녹화에 힘쓰고 있다. 얼마전부터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반영해 건물 옥상 녹화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옥마을에 작은 시냇물을 만들어 뜨거운 여름철 복사열을 식히고,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1997년 자전거도로 시범도시로 지정된 전주시에는 무려 325억원이 투입돼 291㎞에 달하는 자전거도로가 개설됐고, 최근들어서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저탄소 녹색성장'정책까지 시행되면서 자전거 타는 시민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아직 전주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안전하고 원활하게 달리기란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기자가 집(효자4동)에서 직장(금암동)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시간은 30∼35분 가량 걸린다. 물론 교통신호등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빠르게 걸은 시간이다.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 20분 가량 걸린다.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15분 이내이다. 큰 차이가 아니다.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할 경우 교통신호등 방해만 받지 않으면 15∼25분이면 가능하다. 다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생기는 생각 하나가 있다. 수백억원을 들여 조성한 자전거 도로인데도 불구하고 이음새 부분들이 너무 울퉁불퉁해 자전거 운행 리듬을 끊고, 자칫 사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2일 전주에서도'차없는 거리의 날'행사가 있었다. 도심에서 이산화탄소와 차를 퇴출시키고 싶거든, 차 대신 자전거 타고 다니는 시민들을 위한 '통 큰 서비스'를 고민해 볼 일이다. 프라이브르그의 자전거 전용 고가도로를 마음껏 달리는 시민들이 생각난다.
/김재호(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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