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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실천, 이 사람의 약속] ⑥나병윤 전주페이퍼 전무

대중교통이용이 '기름 아낀다'→'나무 살린다'…"생각의 전환이 시민 동참 견인"

서울에 회의 참석차 올라갈 때 승용차 대신 꼭 기차를 이용한다는 나병윤 전무. 나 전무는 환경문제에 대해 시민이 느끼고 동참할 수 있도록 꾸준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봉주(bjahn@jjan.kr)

초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오후, 전주페이퍼의 본관 건물 앞에 들어서니 재미있는 모양의 '쇄목기(碎木機)'가 제지회사임을 알려준다. 쇄목기는 나무를 잘게 갈아 부수는 기계로 초창기 제지산업의 상징물이다. 조경이 깨끗하고 아담한 분수가 잘 어우려져'공장=삭막함'이라는 선입견을 깬다.

 

3층에 있는 공장장 나병윤 전무의 집무실에 들어서니 형광등 전구가 드문드문 이가 빠져 있다. 형광등 몇 개 덜 밝힌다고 에너지 절감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하며 지나치기 쉽겠지만, 한 등 한 등이 모이면 커다란 힘이 된다는 신념 배어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병윤 전무가 평소 기후변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구촌에는 홍수나 가뭄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곳이 많습니다. 극지방 얼음이 녹고 있다고 하니 바로 우리 손자손녀들이 어떤 일을 겪게 될 지 걱정이 되더군요. 더구나 제지 산업은 에너지 소비 업종이라 신경을 더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은 저희 기업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많은 의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초보단계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작 실천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 그가 전북친환경협회 회장을 맡은 것도 이같은 고민과 궤를 같이한다.

 

전주페이퍼는 업계 최초, 전북 지역 최초로 환경친화기업에 선정된 명실상부한 환경기업이다. 기업 내 모든 부문에서 환경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친환경공정으로 개선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환경교육은 사원들의 환경의식 고취와 실천을 이끌어 내고 있다. 전주페이퍼가 '황방산 가꾸기'를 1990년부터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것도 결국 구성원 모두에게 견고하게 자리잡은 환경의식 덕분이라는 게 나 전무의 생각이다.

 

환경문제에서 나 전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민들의 의식변화, 그리고 끊임없는 교육이다.

 

최근 전주페이퍼 1층에서 열리고 있는 '환경보전 포스터 공모전 전시회'도 그런 측면이 강하다. 한 남자가 밧줄로 동여 맨 지구를 힘겹게 짊어지고 있는 포스터.'지구 온난화, 우리가 짊어져야 할 숙제입니다'라는 표어가 곁들여진 이 포스터 등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가득했다. 나 전무는"환경보전, 지구온난화 등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실 제지회사는 나무를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나 전무는 "전에는 신문 용지 100%를 소나무 육송 펄프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95~100%를 재생 용지로 만들기 때문에 생나무를 훨씬 덜 사용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주페이퍼에서 연간 사용하는 폐지의 양은 100만 톤에 달하고, 이는 나무 1650만 그루에 해당한다. 이는 여의도의 120배에 해당하는 면적에 어린나무를 식재해서 30년을 키워내야 하는 엄청난 양이다. 재생 용지를 사용함으로써 한해에 41000㏊의 숲을 보호하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재생용지의 60~70%만 국산이고 나머지는 수입 재생용지여서 안타깝다"며 "예전에는 독일, 일본이 폐지 수거 우수 사례로 꼽혔는데, 지금은 우리나라가 거의 최고 수준입니다. 더 분발해서 100% 국산 재생용지를 사용하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원들은 어떤 실천을 하고 있을까?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절약을 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그만큼 의식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도 되겠습니다."

 

나 전무는 기회 있을 때마다 '빈 사무실은 형광등을 끄자', '점심시간에는 컴퓨터를 끄자'고 독려하고 다닌다.

 

그는 또 "1주일에 한 번 씩 서울에 회의 참석차 올라가는데 승용차를 타지 않고 꼭 기차로 갑니다. 계산해 보니, 서울 한번 가는데 발생하는 CO₂가 30년생 소나무 25그루에 해당합니다. 한 달이면 나무 100그루를 제가 살리는 셈이죠"

 

평소 몸에 배어있는 그의 친환경적인 생활 태도를 사원들이 따라하고, 또 그 가족들도 자연스레 '형광등 하나 빼고, 물도 아껴 쓴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정부에 대한 주문도 내놓았다. 가정의 조명을 모두 LED로 교체하면 좋은데, 아직은 경제성이 없어 국가가 지원해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그에게 앞으로 탄소 절감을 위한 실천 약속을 물었다. 나 전무는 "살빼기입니다.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많이 걸어서 몸매 관리 뿐 아니라 탄소 다이어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입니다"라고 약속했다.

 

시민들이 '걷기'나 '자전거 타기'를 하는 것은 개인적인 동기인 경우가 많다. 이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에대해 나 전무는 "생각이 중요하다. 느껴야 행동하고 동참한다. 그러자면 언론이나 기관에서 꾸준히 캠페인이나 홍보를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까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몇 리터의 기름이 절약된다'라는 표현 보다는 '소나무 20그루를 살릴 수 있다'라는 표현이 더 호소력 있는 만큼, 홍보나 캠페인을 할 때 효과적인 표현 방법도 고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춘임 (전북의제 21 성평등분과 위원장)

 

※ 다음 릴레이 주자는 전북여성단체연합 박영숙 상임대표입니다.

 

※ 이 기사는 본보와 전주의제 21이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인터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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