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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주부클럽 소비자정보센터 모니터링 감시단

"장바구니 정보 우리에게 물어보세요"…26년째 전주지역 물가 조사활동…전통시장 활성화 캠페인도 전개

"저 왔어요, 과일값 보러. 사과가 '4 다이'(40~50개,15㎏)에 얼마?"

 

"5만원. 풍년이라는데, 싸진 않어. 많이들 사가서 없응께 그러지.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싸."

 

"대목 닥치니까 동났나보네. '배끔'(배값)은 얼마예요?"

 

"'2 다이(11~15개, 15㎏)'에 3만3000원."

 

27일 오전 11시 30분 전주 남부시장의 한 청과물가게.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주·전북지회 소속 모니터링 감시단인 베테랑 김형순씨와 전정현씨가 이날 물가조사에 나섰다. 최희주 회장을 비롯해 김형순 전정현 최영실 송찬순 장양천 윤정숙 고희숙 하정임 오남은 김분희 오봉선씨가 매주 월요일 각자 할당된 백화점(1곳), 대형마트(5곳), 전통시장(3곳), SSM마트(3곳)를 방문, 120여개 물건을 꼼꼼히 살핀다. 매주 할당된 지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한 가게를 직접 방문, 생필품의 최고가와 최저가를 비교하는 것.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제수용품 평균 구입비용은 총 14만 8062원. 백화점은 15만5325원, 대형마트는 15만 3586원, 중소형 마트는 14만 4129원, 전통시장은 11만 7658원으로 재래시장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년간 모니터링 감시단 맏언니 노릇을 해온 형순씨는 "발품 팔아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재래시장 생필품 평균가격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라며 "과일류나 축산물, 수산물의 경우 상품의 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게별로 꼼꼼히 살펴본 뒤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감시단이 결성된 것은 1983년. 의식주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존재는 부각됐지만, 정작 소비자주권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 모니터링 감시단은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격 정보 제공을 외쳤다. 소비자가 가격을 챙기지 않으면, 사업자는 소비자를 슬쩍 속여가며 팔 수 있기 때문. 역으로 정직하게 좋은 제품을 파는 곳은 오히려 도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초창기 이들은 상인들에게 성가신 존재였다. '뭐하는 단체냐', '가격은 알아서 뭐하려고 하느냐' 등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IMF 이전엔 드라이크리닝 비용이 7000원인가 했어요. 기름값은 계속 오르는데, 세탁 비용은 6000원, 5000원, 4000원 끝간데 없이 떨어지는 거예요. 살기는 팍팍하죠, 아줌마들은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는 이것 저것 묻죠, 얼마나 짜증 나겠어요. 욕 참 많~이 먹었네요."

 

오랜 시간 함께 해오며 쌓인 신뢰로 이젠 차나 한잔 하고 가라는 제안도 심심치 않게 받는다.

 

형순씨는 "하지만 현대시설화, 전통시장상품권 판매 등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시장의 경기는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형마트 조사를 맡고 있는 전정현씨도 "발품만 팔면, 전통시장 물건 평균가격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마트에서'반짝 세일' 로 50%까지 싸게 팔 때면 이왕 사는 거 주부로서 더 싸게 사고 싶은 맘도 참 많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 장보기에 이어 인터넷 쇼핑까지 주부들의 장보기 영역이 확대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희주 모니터링 감시단 회장은 "신선도를 요구하는 채소나 육류, 냉장식품까지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에겐 선호되고 있는 것 같다"며 "편리함은 버리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시민들이 전통시장 이용에 앞장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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