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2 07:52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데스크창
일반기사

[데스크窓] 시간강사와 비정규직 보호법 - 김경모

김경모(지방팀장)

법과 현실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현실은 앞서 나가고 법은 그 뒤를 따르는 후행성 때문에 사회 곳곳에선 예기치 못한 현상들이 빚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저임금법. 국가에서 지정한 근로자들에게 지불할 최소한의 임금을 규정한 법률이 최저임금법이다. 19세기말에 처음 등장한 이래 국제연합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채택된 이 법은 도입 초기엔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돌아갔다. 최저임금 상승에 부담을 느낀 사업주들이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나갔다. 노동자들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그럴듯한 법률이 미국에서조차 초반부터 시련에 부닥쳤다.

 

비정규직 보호법도 유사한 괘도를 달리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사이에 대학들이 시간강사 해고에 나서고 있다. 박사학위를 보유하지 않은 시간강사들이 주요 대상이고, 확인된 해고자들만 1200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조사되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르면 박사 학위 없이 4학기 연속으로 강의하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분류 되기 때문이다. 박사 학위 소지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자로 분류되어 이 법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조항도 참 희한하다. 박사 학위를 소지한 시간강사는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박사 학위가 없는 시간강사에겐 허용되는 '역차별'이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하여튼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간강사란 직업군에게는 비정규직을 노동 현장에서 몰아내는 악법이 되고 말았다. 일단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렇다.

 

대학의 시간강사는 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 사회의 가장 슬픈 집단이다. 우선 석사·박사들로 구성된 이들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누구보다 깨어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선 그동안 투입된 학업 비용이 가장 많은 집단이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인 위치는 가장 불안정한 게 현실이다. 한 국회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모 대학은 시간당 1만9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학점짜리 한 강좌를 맡은 경우 한 달 수입은 고작 22만8000원이란 계산이다. 2-3 강좌를 맡아 이곳저곳을 허겁지겁 뛰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선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형편없는 빈민층일 뿐이다. 전국 평균 강사료 3만7000원을 적용해 계산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거기다 고용계약서도 쓰지 않고, 4대 보험 혜택도 없어 근로자로서 인정도 못 받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비정규직 보호법이란 것이 도화선이 되어 해고 되거나, 해고 위협까지 받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을 통해 시간강사에 대한 지원정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각 대학도 이에 대한 방안으로 계약직 교수 채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대학 교육의 절반 정도를 맡고 있는 시간강사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대학 교육의 정상화는 가능하지 않다. 이제 대학의 정상화를 위한 시간강사의 근무조건, 신분보장, 보수 등을 망라한 종합적인 대안에 대해 정부와 대학 당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고민할 때이다.

 

/김경모(지방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