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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김선희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초의학 연구, 남다른 사명감으로 지켜가…국립대 최초 여학장·의전원 원장 등 맡아

휴일에도 김선희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53)는 늘 연구실에 있다. 놀아도 연구실에 있는 게 마음 편한 그는 '연구실 귀신'. 환자를 상대하진 않으니, 바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허나 그건 모르는 소리다. 생리학 연구에 치여 '오전 8시 출근, 밤 10∼12시 퇴근'을 밥먹듯 하고 살았다.

 

신종플루 공포는 잠잠해진 걸까, 임상 의사가 아닌 연구자로서의 삶은 어떤 걸까. 4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덕분에 남자 생리도 하고, 여자 생리도 해요."라며 우스갯소리부터 건넸다.

 

그에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분명한 소명의식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이 길을 접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미워하면 더 닮는다고 했던가. 가족 보다 연구실이 우선되는 그를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아들도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노력한 만큼의 공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말은 그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국립대 최초 여학장,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원장, 21세기형 의과학인력양성사업단 단장(이하 BK21 사업단). 그가 갖는 직함은 꽤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다. 몇 년 째 기초의학 연구원들의 머릿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서다. 손을 놓자니 안타깝고, 대안을 강구하자니 한계가 있다.

 

"의대 졸업 후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의 경우 석·박사를 밟지 않습니다. 특히 기초의학의 경우 더더욱 그렇죠. 국가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일부 지원하는 '석·박사 통합과정(M.D & Ph.D)'까지 만들었는데, 이마저도 신통치가 않아요. 모교 출신 의대생은 물론 자연과학 전공자도 오질 않습니다. 다른 대학 자연과학 졸업생들로 간신히 채워가다가 이젠 동남아 학생들이 오고 있죠."

 

영어를 할 줄 아는 학생과 아닌 학생, 의학지식이 있는 학생과 아닌 학생이 한데 모여 이뤄지는 수업.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볼 때 연구의 내실을 기대하기가 힘든 지금의 상황은 뼈아플 만도 했다. 비전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니, 그로서는 허망한 결과다.

 

"일본은 의대 졸업생 중 50%가 임상이 아닌 기초의학을 선택합니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연구환경이 좋아서도 아니죠. 고스란히 대물림된 장인정신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10년을 손 놓고 있는 사이, 일본은 30년, 40년을 앞서가고 있어요. 속 타는 일이죠."

 

특히'석·박사 통합과정'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만큼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절실합니다. 기초의학 연구자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발전은 아무도 장담 못했을 거예요.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연구에 소명의식을 갖는 제자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이어 신종플루에 환자 수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면역력을 높이는 예방법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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